<사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규제, 그 실태는?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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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9:45

▶ “종이컵은 일회용 컵 아니래요” 규제 피하기 위한 꼼수 만연

▲커피전문점에 게시된 ‘일회용 컵’ 사용 규제에 대한 안내문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일회용품을 사용할까?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연간 약 260억 개다. 어제 하루 동안 약 7,000만 개의 일회용 컵이 소비됐고, 오늘도 똑같은 양이 쓰여진다는 뜻이다. 일회용품은 세척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 한 번쓰고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생활용품이 됐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부터 환경 관련 기관의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 8월, 환경부는 일회용 컵의 무분별한 사용을 개선하고자 ‘일회용품 감량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장 내 일회용 컵사용 규제’다. 해당 법안은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적발시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품 규제 시행 이후, 일부 매장에서는 설거지 문제, 고객의 불만, 모호한 일회용품 기준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숙(44) 씨는 “본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했는데, 얼마 전 매장 내에서 사용할 머그잔과 유리잔을 추가로 구입했다”며 “물건 가격도 문제지만 넘쳐나는 설거지를 감당하기 힘들어 더 문제다. 고객 회전율을 높이려면 컵을 미리 여러 개씩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설거지 담당 직원을 고용하려니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르바이트생도 고통받는 건 마찬가지다. 주문받을 때 일회용 컵 사용 의사를 물어봤는지에 따라 단속 대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원의 권유에도 고객이 일회용 컵을 요구해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 식이다.
지난달까지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가 권고사항이었으나, 달이 바뀌자마자 의무화로 변경돼 직원과 고객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윤진(숭의여대 1) 학생은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가는 손님에게는 다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유리잔,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제공한다”며 “규제가 하루아침에 바뀌다 보니 손님에게 일회용 컵 지급이 안 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힘들다. 충분히 설명해도 무작정 일회용 컵을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어 곤란할 때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일부 고객은 일회용 컵 사용 규제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실시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로 매장에서 음료를 마신다는 이정은(26) 씨는 “환경보호를 위해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다는 포스터를 봤다. 그런데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면 다회용 플라스틱 컵에 일회용 뚜껑을 덮고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주더라”며 “뚜껑과 빨대도 일회용품인데, 이런 식이면 환경에 도움이 될까 의심스럽다”고 말을 보탰다.
실제로 환경부에서 발표한 일회용 컵 단속 목록에서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 종이컵 등은 찾아볼 수 없다. 현행법상으로 플라스틱 컵은 ‘일회용’으로 규정되지만, 뚜껑을 비롯한 다른 품목은 ‘일회용’으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컵만 규제한다는 점을 이용해 코팅된 종이컵을 사용하는 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종이컵은 안쪽 면이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돼 있어 일반 폐지와 함께 배출해도 재활용을 할 수 없다.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종이컵에 플라스틱 뚜껑을 덮어 사용하고 있으니, 일회용품 사용량을 규제하는 것이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의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품 남용을 막기 위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규제’라는 해결책을 제시한 환경부가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법안을 실행한 탓에, 여러 허점이 드러나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지금.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부 기준을 보완해 시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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