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해 청년 4,800여 명 귀농… 지원 정책은 허점 투성이(한성대신문, 537호)

    • 입력 201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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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38

청년층(30대 이하) 귀농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청년 4,788명이 귀농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청년이 생겨나는 원인을 ▲일자리 대안으로 귀농을 고려하는 인식 확산 ▲자연환경 등 삶터로서 농촌이 지니는 매력 ▲도시 생활에 따른 피로로부터 탈출하려는 목적 등으로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년들이 취업 대신 귀농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품고 농촌으로 떠나자, 농림부는 청년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내놓았다. 농림부는 청년귀농인의 초기 자본 부족 문제를 돕기 위해 작년 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40세 미만·영농 경력 3년 이하 청년에게 초기 정착지원금 명분으로 월 최대 100만 원을 최장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귀농 필수 요소인 농지·농기계·농업시설 등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농림부는 귀농 청년들의 주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영농정착 전 임시 거처로 활용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등을 조성한 것이다. 청년귀농인이 안정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농림부는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의 귀농 실패를 줄여주고자 ▲청년귀농 장기교육(귀농인이 농장에서 6개월간 체류하며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실습) ▲귀농닥터와 1:1 상담(귀농 멘토링 프로그램) ▲귀농귀촌종합센터 상담 ▲귀농귀촌 박람회 등도 실시하고 있다.
‘2018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에 다녀온 이광훈(영남대 2) 씨는 “귀농에 뜻이 있는 청년 중 대부분은 부모님이 과수업 및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청년들은 이미 귀농에 필요한 토지와 거주지, 농업 기술을 갖고 있다. 반면, 창업농은 기반이 없어 귀농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청년귀농 지원이 청년귀농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30세대를 위한 농업 매거진 <헬로파머> 김현곤 대표는 “정착지원금제도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대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년귀농인들은 농업으로 얻는 소득이 적으므로, 정부 지원을 받아 농사를 지어도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영농활동 수행 시 어려움’ 조사에서도 귀농 정책의 허점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청년귀농인이 겪는 어려움은 ▲영농기술·경험 부족(33.4%) ▲농지 및 시설 투자 시 자금 부족(33.2%) ▲운영비 부족(11.5%)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귀농인 평균 정착 자금 1억 7,703만 원과 비교하면 청년귀농인 평균 정착 자금 7,680만 원은 일반귀농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년귀농인의 농가 주택 자가 소유율도 타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그 원인을 ‘청년귀농인은 경제활동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농지 및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청년귀농 정책의 허점은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공동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도시 출신 귀농·귀촌인 일수록 농촌에 정착(39.5%)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이주(55.1%)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농촌 출신 귀농·귀촌인은 농촌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고, 무엇보다 부모의 영농 기반을 계승해 농촌에 수월하게 정착 할 수 있는 반면, 도시 출신 귀농·귀촌인은 그렇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귀농인들이 겪는 소통 단절·텃세·젠더의식 등 농촌 정서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미비한 탓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다수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 또는 쾌적한 삶의 공간을 기대하고 농촌에 입성하는데, 농촌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농촌생활에 대한 낭만만 갖고 귀농해서는 곤란하다”며 “농촌이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위기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보다 신중하게 조사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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