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전시 속으로> 푸른빛 변주곡 ‘The Blue: 청람' (한성대신문, 538호)

    • 입력 2018-10-22 00:00

  우리는 현상 하나에 상반되게 반응하곤 한다. 물이 반쯤 찬 컵에서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마찬가지로 파란색을 보고 어떤 이는 차가움을, 다른 이는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예술가들은 푸른색을 보고 어떤 것을 연상할까? 푸른색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성북구에서 열리고 있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오는 11월 25일까지 ‘The Blue: 청람’을 무료로 전시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김성복·금누리 등 현대미술 작가 7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들은 각자 푸른색에서 차용한 청춘, 꿈 등 다양한 이미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이 중에서도 ‘청춘’을 표현한 김성복 작가의 작품과 일상 속 푸른색 물건을 예술로 승화시킨 금누리 작가의 작품은 대학생 관람객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성복 작가는 푸른색에서 꿈이라는 소재를 뽑아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에서 이를 꿈방 망이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김성복 작가는 푸른색에서 ‘꿈’이라는 속성을 뽑아내 설치물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에 반영했다. 옛 선조들은 현재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과거시험 공부에 매진했다. 이 점에 착안한 그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형물로 묘사했다. 이 작품에서 ‘꿈’은 스테인리스 조각을 연결해 만든 도깨비 방망이(일명 ‘꿈 방망이’) 형태로 표현됐다. 도깨비가 방망이를 두드리면 원하는 물건이 나타나는 전설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그 옆에 놓인 조형물인 ‘꿈방망이를 좇는 사람’은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을 상징하고 있다.
▲금누리 작가는 파랑색 생활용품을 벽에 걸 어 <누리.파랑.42??-4351>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생활용품도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금누리 작가는 <누리.파랑.42??-4351>을 통해 생활용품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우산, 티셔츠, 비닐봉투 등 푸른색 물건을 전시장 벽면에 붙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또한, 금누리 작가의 <내.예.술.한.잔.받.게> 는 푸른 술잔 두 개와 푸른 소주병 하나만으로 구성돼, 언뜻 보면 예술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유선 학예연구사는 “금누리 작가는 종종 전시장에 방문해 관객에게 소주 한 잔을 건네곤 한다. 그는 관객이 평소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듯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에 접근하길 바랐다. 이러한 자세로 작품을 감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다른 작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푸른색을 변주했다. 정하경 작가는 <자연 1·2·3>에서 푸른 먹으로 산수화를 그려, 숲이 주는 시원한 느낌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인현 작가는 <회화의 지층-재생>에서 번지기 기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푸른색을 선택했다. 한만영 작가의 <시간의 복제-푸른 첼로>, 유근택 작가의 <푸른 방>, 안규철 작가의 <슬픈 영화를 보고 그린 그림>에서도 그들만의 푸른색 변주곡이 펼쳐졌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만약 당신이라면 푸른색을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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