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가을철 은행 악취, 그 해답은 DNA? (한성대신문, 538호)

    • 입력 201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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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37
▲암나무에 열매가 열린 모습
가을이면 노란 단풍으로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전국 가로수 비율 중 30%를 차지할 만큼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은행나무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열매가 내뿜는 구린내.
가을 무렵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는 코를 찌르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선사한다. 거리 곳곳에 떨어진 열매를 사람들이 밟기라도 하면 거리는 순식간에 더러워진다. 통행에 불편을 겪는 일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일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거리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따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나무 열매는 그야말로 가을철 골칫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런데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열매는 은행나무의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그 사실을 인지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도로변에 늘어선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해 피해를 줄이려 했다. 그러나 교체 작업은 난관에 부딪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됐다. 꽃의 외형적 차이나 열매 결실 여부 등 외형적인 특징을 보고 암·수를 구별하려면, 최소 15년에서 길게는 30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무렵이 되면 이미 가로수는 훌쩍 자라 있어서 더는 옮겨 심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줄곧 성 구분 없이 무작위로 심어졌다.
▲증폭된 DNA 밴드(유전자)는 흰색으로 관찰되고, 왼쪽의 숫자는 밴드의 크기를 나타낸다. 암나 무에서는 1개, 수나무에서는 2개의 DNA 밴드가 나타난다. (♂: 수나무, ♀: 암나무)
그렇다고 모두가 가만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분자유전학의 일종인 ‘DNA 마커‘DNA 밴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DNA 마커는 생물체 간 유전자적 차이를 분석할 때 사용되는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이다. 실험용 겔 안에 DNA 마커를 넣고 전기 자극을 가하면 분자 구조가 해체되면서 막대기 형태의 가닥으로 변형되는데, 이것이 바로 ‘DNA 밴드. 이 실험은 음(-)극 성질을 갖고 있는 DNA에 전기를 가하면 이것이 양(+)극 쪽으로 늘어나다가 결국 그 구조가 분획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겔전기영동 실험법이라 불린다.
이 방법을 은행나무에 적용하면 암나무에서는 1, 수나무에서는 2개의 DNA 밴드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은행나무의 암·수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분석에 필요한 DNA는 주로 나뭇잎에서 추출하므로, 어린 나무에서도 얼마든지 DNA 추출을 할 수 있다. 은행나무의 연식에 상관없이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나성준(국립산림과학원) 임원연구사는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활용해 가로수를 심기 전에 수나무를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은행 열매로 인한 악취, 오염 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나무와 수나무를 선별해 재배함으로써 은행 열매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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