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완벽의 덫에서 벗어나는 법 (한성대신문, 538호)

    • 입력 2018-10-22 00:00

 여기,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강박 증 세를 보이는 이가 있다. 그는 평소 방 청소를 잘 하지 않는다. 한번 청소를 시작하면 적당히 끝낼 줄을 모르고, 방 안 구석구석을 다 헤집어 청소해야 직성이 풀리니 아예 청소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시리즈로 연재되는 책, 영화, 드라마 등을 보는 것도 꺼린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앉은 자리에서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일단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물고 늘어져 평소 끈기있다는 말을 듣곤 하는 사람, 이미 시작한 일을 완벽히 끝 내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바로 필자 본인이다.
 이러한 증상은 소위 소극적 완벽주의라 불리는 강박증의 일종이다. 강박증은 비단 필자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강박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423230201524133201625472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강박증 환자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20대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26.2%를 차지했고, 30대가 그 뒤를 이어 20.9%를 기록했다. 전체 강박증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청년인 셈이다.
 청년들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여기에는 사회·환경적인 요인도 한 몫 한다. 최근 지속되는 취업난과 경기 불황으로 많은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안고 산다. 경쟁 상대를 한 명이라도 더 제쳐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은 청년들에게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다.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가 청년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강박과 완벽으로 옥죄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숨 막히는 사회에서 강박 증상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자신의 결핍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도전하는 태도. 이것만이 청년들을 강박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거라 믿는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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