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요리하는 이슈브런치> 심신미약 감형 "명확한 기준 없어" (한성대신문, 539호)

    • 입력 2018-11-19 00:00

 지난 10월 14일, 전 국민을 경악시킨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아르바이트생 신 씨(21)를 손님이었던 김 씨(30)가 칼로 수십 번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피의자 측은 “김 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주장했고,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심신미약 감형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민청원에 지지 의사를 밝혀 이슈가 된 이번 사건은 지난 11월 15일 법무부가 “범행 당시 김 씨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결해 일단락됐다.
 피의자 측에서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한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에 발생한 ‘나영이 사건’도 그렇다. 당시 피의자였던 조두순도 만취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고, 재판에서 이를 인정 받아 징역 15년에서 12년으로 감형됐다.
 ‘심신미약’이 어떤 것이길래 피의자 측에서 그토록 그것을 주장하는 걸까?
 오경식(국립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심신미약은 의학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법률상 용어”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일반적 성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면 『형법』 제10조 2항에 따라 반드시 형벌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피의자가 감형을 얻어내기 위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신미약 판결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심리학회지 : 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약 1,600건의 사례 중 심신미약으로 인정된 사례는 300건 정
도다. 이 중 240건 정도가 조현병·조울증· 지적장애·망상장애처럼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이다. 만취로 인해 심신미약이 인정된 경우는 약 20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심신미약 판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우선 의사나 전문가가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에 대한 소견서를 판사에게 제출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명확한 진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심신미약을 단정 짓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를 법으로 규정하기 힘들다”며 “만취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도 사람에 따라 판단 능력의 차이가 있어 반드시 심신미약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판사는 소견서를 참고하되, 그 외 다른 종합적인 근거를 통해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를 판별한다. 결국 소견서에서 심신미약 판정을 받아도 판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별 효력이 없는 셈이다.
 한편, 지난 25일 강효상(자유한국당) 의원이 심신미약 감형을 ‘꼭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도 있다’라고 규정하는 ‘김성수법’을 발의했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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