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4개 기본단위는 왜 새롭게 정의됐나?(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0:00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서는 킬로그램, 몰, 암페어, 켈빈을 정의할 새 기준으로 각 단위의 성질에 맞는 각각의 물리 상수를 채택했다. 사진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지난 11월 16일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이하 CGPM)에서 ▲킬로그램(㎏) ▲ 몰(㏖, 입자의 개수를 세는 단위) ▲암페어(A, 전류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켈빈(K, 절대적인 온도를 나타내는 단위)이 새로 정의됐다. 이번 회의로 플랑크 상수(h), 아보가드로 상수(NA) 등 물리 상수가 네 단위의 새 기준으로 정해졌다.
  앞서 나온 네 단위는 국제기본단위(이하 SI)에 속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법정 단위로 채택하고 있다. SI의 역사는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9년 프랑스는 ‘미터법’을 새 도량형으로 공포했다. 이 때, 1미터(m)는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뜻한다.
  이후 1875년 미국, 독일 등 17개국에 의해 미터법을 국제단위로 하는 미터협약이 체결됐고, 협약으로 결성된 CGPM의 1차 회의(1889년)에서 금속 합금으로 제작된 1㎏ 무게추(국제킬로그램원기, 이하 IPK)와 1m 자(국제미터원기, 이하 IPM)가 킬로그램과 미터의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후 1954년까지 초(s), 암페어, 켈빈, 칸델라(㏅, 빛의 세기를 재는 단위)가 CGPM의 표준단위로 편입됐고, 1960년 6개 단위가 SI로 지정됐다. 그 후 1971년 ‘몰’이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SI의 개수는 7개가 됐다.
  하지만 당시 SI는 단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활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외부 환경에 의해 기준이 바뀌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시간 단위인 초는 1960년에 1900년의 태양년(지구가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태양년이 100년에 0.5초 꼴로 짧아지면서 기준이 일정하지 않게 됐다. 칸델라는 기존에 백금의 녹는점(1,768℃)에서 형성되는 흑체(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물체)로부터 나오는 광선의 밝기로 정의됐지만, 1,768℃는 실험실에서 구현하기 힘들어 더 현실적인 정의가 필요했다. 미터의 경우, 금속으로 제작한 IPM의 길이가 온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분자의 운동 주기, 광속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자, SI는 더욱 정확한 개념을 활용해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초는 세슘-133 원자가 위치를 옮길 때 나오는 감마선의 주기(한 번 갔다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를 기준으로 수정됐다. 칸델라는 1979년 초록색 가시광선(이하 단색광 시감효능)의 빛 세기를 기준으로 재정립됐다. 또한, 미터의 기준은 빛의 속도로 변경됐다. 감마선 주기·단색광 시감효능·광속 등 은 어떤 조건에서도 수치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SI는 ‘불변의 단위’에 한 걸음 다가갔다.

  드디어 완성된 퍼즐
  반면, ‘불변의 단위’라는 퍼즐에는 미처 맞추지 못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 킬로그 램, 몰, 암페어, 켈빈이 그것이다. 이들의 정의는 그동안 불변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8년 국제도량형국은 IPK 원본과 각국에서 킬로그램 표준으로 활용하던 IPK 복제본을 비교해 두 표준의 질량이 50㎍(마이크로그램) 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몰은 탄소-12 원소 0.012㎏이 가진 분자의 개수를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 킬로그램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부터 덩달아 부정확해졌다. 암페어는 기존 정의에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포함돼 있어, 해석에 따라 측정 수치가 달라질 우려가 있었다. 켈빈은 1954 년 물(H2O)의 삼중점(물·수증기·얼음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점)이 형성되는 온도의 1/273.16이라고 정의됐으나, 이 또한 지역에 따라 삼중점이 일정하지 않아 개정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이호성(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는 산소(O)가 동위원소(동일한 원소 내에서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상이한 원소)를 가져 지역마다 물의 성질이 달라 나타난 문제” 라고 설명했다.
  이에 CGPM 내에서는 물리 상수로 단위를 다시 정의하자는 안건이 제기됐다. 상수는 어디서든 값이 같아 정의의 정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연구진은 플랑크 상수, 아보가드로 상수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상수 측정 결과 그것이 단위 기준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열린 CGPM에 서 단위 기준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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