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공유와 존중, 그 속에서 ‘우리’는 나아간다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0:00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토의하고 머리를 맞댄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보다 누군가와 공유한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시대다.

집단지성, 그 발자취를 찾아서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집단적 능력으로 정의된다. 이 개념은 1910년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가 개미의 군집 활동을 관찰한 사례에서 출발한다. 그는 연구에서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작고 미미하지만, 공동체로서 협업했을 때 거대한 개미집을 만드는 등 높은 지능 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개체들이 협업하면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초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집단지성은 최근 새로운 지식 구축의 대안이자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집단지성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활발하게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인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웹 기반의 다언어 백과사전이다. 각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지혜를 동원해 내용을 추가해 나가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에 담긴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의 참여자에게는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주어지지 않으므로 전문가가 위키피디아로 작성에 참여하는 일은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키피디아 문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조동기(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다수 참여자가 수정을 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류가 개선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다수가 저술에 참여하는 덕분에 포괄 범위, 현장성, 시의성 등에서 전통적 지식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집단지성은 개별존재가 지니는 한계나 오류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동원과 다양한 관점의 결합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창출하도록 한다.

집단의 위험한 오류, 집단사고

 반면, 높은 응집성을 가진 집단이거나, 해당 집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인 경우에는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 강한 집단정신을 지니게 된다. 강한 집단정신을 지닌 집단 구성원들은 집단의 화합과 동질성 유지를 위해 의견을 일치시키는 경향을 띄게 되고, 자연히 비판적인 사고를 멈추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집단사고라 한다.
 집단사고에 빠진 구성원들은 지도자가 제시한 문제 해결책을 강력히 지지하며 다른 구성원이 그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 외부로부터 정보 유입이나 비판 등을 완전히 차단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정보를 왜곡하거나, 대안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해 집단에 위기가 닥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집단사고의 대표적인 예로는 1986년에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를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우주왕복선인 챌린저호가 발사한 지 73초 만에 폭발해, 그 안에 타고 있던 대원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사고 전날 진행된 회의에서는 집단사고에 해당하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났다. 챌린저호의 로켓 추진 장치 및 우주선 제작사의 기술자들은 로켓 발사 당일, 날씨가 추울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우주선 발사 날짜를 연기할 것을 건의했다. 로켓이 폭발할 가능성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제작사 간부와 NASA 관리자들은 이를 묵살한 채 예정대로 로켓을 발사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자체 검열’, 기술자들이 퇴장한 뒤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회의에서 나타난 만장일치의 착각등 집단사고로 인해 무의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존중, 집단지성의 첫걸음

 그렇다면 우리가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고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집단지성은 이질적인 사고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집단지성의 발현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소수자의 관점도 존중하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또 참여자들이 편리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 집단지성의 효과적인 발현은 개체의 다양성과 독립성의 보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집단의 의사결정 분권화도 또 하나의 발현 요건이다. 결정의 주체가 한 사람뿐이라면, 다른 참여자들이 의견 제시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추구하는 것, 수평적인 의사결정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집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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