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사법,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한성대신문, 542호)

    • 입력 2019-03-04 00:00

작년 12월, 정부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일명 ‘강사법’ 을 공포했다. 이는 올해 8월 1일을 기점으로 신규 임용되는 시간강사부터 적용된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학교 시간강사였던 故 서정민 박사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와 임용 비리를 고발하면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렇게 마련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부여, 최소 1년 이상 임용 계약,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강사법 시행 전부터 대학의 편법 사용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강사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시간강사들은 보호는커녕 일자리 축소 및 실직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실제 지난 1월 영남대학교, 동아대학교, 대구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사립대학 약 20곳에서 100~400여 명의 시간강사에게 대량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나빠진 것은 전임· 비전임 교원들도 마찬가지다. 시간강사를 해고한 후, 전임교원이 나 겸임·초빙 교원 등 비전임 교원에게 추가 강의를 강제로 맡겨 업무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재정적 부담 때문이다. 시간강사에게 방학 기간 임금과 4대 보험료, 퇴직금까지 지급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부터 입학금 전면 폐지가 시행되면 대학의 재정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생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강사 채용 축소로 개설과목이 줄어들어 강의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에서 개설과목 수를 줄이고 시간강사 대신 겸임 교원을 우선 채용하려는 정황이 ‘강사법 대비 문건’ 유출을 통해 포착됐다. 실제로 고려대 총학생회가 2019학년도 개설 과목을 확인한 결과, 전년도 대비 200여 개의 교과목이 폐강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는 “이미 이번 학기 수강신청은 끝났고, 200개가 넘는 과목이 폐강됐기에 추후 과목 조정을 고려하더라도 개설과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학교는 시간강사 인원 및 개설과목 수와 관련해 학생들과 협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순광(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개정 강사법을 핑계로 한 대학의 불합리한 구조조정과 정부의 대책 없는 태도가 문제다. 좋은 취지로 만든 법이 강사는 물론, 학생과 교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사법은 7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개선됐으나, 아직까지 법의 근본적인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사태를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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