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극지방 찬 기운을 내보내고 가두는 ‘극 제트기류’ (한성대신문, 542호)

    • 입력 2019-03-04 00:00

약화되면 겨울에는 혹한, 여름에는 폭염 찾아와

▲(좌) 극 제트기류가 강할 때 모습 (우) 극 제트기류가 약할 때 모습. 극 제트기류가 강하면 찬 공기가 극지방에 갇혀 비교적 따뜻하게 겨울 을 날 수 있지만, 극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찬 공기가 남하해 날씨가 추워진다.

지난 1월 서울에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21일 한때 눈발이 날렸지만 길바닥에 쌓이지 못한 채 녹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서울 적설량은 0㎜로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1월 전국 평균기온은 0.3℃로 평년 기온(-1.0℃)을 웃돌았다. 반면, 미국 시카고에서는 지난 1월 30일 기온이 약 –25℃(평년 기온 -6℃)로 측정되는 등 기록적인 한파를 겪었다.

올 겨울 한반도와 미국은 왜 정반대의 기후를 보인 것일까? 이에 대해 최정희(기상청 기후예측과) 주무관은 “최근 북극 주변에 형성된 극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미국 쪽으로 남하해 한파가 몰아쳤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찬 공기가 유입되지 않아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주무관이 언급한 극 제트기류는 극 지방에서 형성되는 제트기류를 뜻한다. 제트기류는 지상 9,000~10,000m 상공에서 형성되는 대기의 흐름을 말하는데, 제트기류 내부에서는 시속 100~250㎞(최대 시속 500㎞)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제트기류는 주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온도 차가 클 때 강하게 형성된다.

제트기류 중에서도 북극 주변에서 형성되는 극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아래로 내려보내거나 일시적으로 가두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찬 공기를 적절히 내보내 북반구의 기후를 비교적 시원하게 만들고, 겨울에는 찬 공기를 극지방에 가둬 위도가 낮은 지역이 덜 춥게 도와준다. 극 제트기류 기압골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는 찬 기운이 유입되고, 기압마루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는 찬 기운이 유입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극 제트기류가 약화돼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열과 수증기가 바 다에서 대기로 방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극해 주변에 따뜻한 공기층이 형성돼 북극 주변의 기온이 상승했다. 온도 차가 커야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는데 북극과 저위도 지역의 대기 온도 차가 적어진 탓에 극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다.

올 겨울 미국이 유난히 추웠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극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남하해 미국이 기압골 영역에 들어가게 됐고, 북극의 찬 기운을 직접적으로 맞게 되어 기록적인 한파를 겪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한반도가 기압 마루 영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극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막아주어 따뜻한 공기가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었다.

한편, 극 제트기류의 약화는 겨울 기온 뿐만 아니라 여름 기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여름 한반도에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유도 극 제트기류가 약화되어서다. 여름에 북극의 찬 공기를 내려보내야 할 극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렀고, 서울 기온이 39℃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지속된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과 무분별한 벌목 등으 로 초래된 지구온난화의 화살이 이상 기 후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 셈이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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