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다행' (한성대신문, 543호)

    • 입력 2019-03-25 00:00

얼마 전 우리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새내기게시판에 어느 학과 학생회의 면접 과정에 대한 고발이 게재됐다. 내용인즉슨, 학생회 면접의 진행 방식과 면접관의 질문 및 태도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동일한 상황을 겪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며 증언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해당 학과의 면접 논란은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론화됐다.

당시 면접을 응시한 학생들의 증언들 중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면접관 10명 이상 대 피면접자 1명으로 면접이 진행됨 ▲면접장에서 면접관은 소파에, 피면접자는 바닥에 앉은 채 면접이 진행됨 ▲통금 시간 10분 전에 선배가 술을 마시자고 불러내면 나올 것인지 물음 ▲선배가 부당한 일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인지 묻고, 한다고 대답하면 ‘한다고?’, 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면 ‘선배가 시키는데 하지 않겠다고?’라며 반문함 ▲친구와 함께 지원했는데 혼자 붙으면 어떡할 것인지 묻고 혼자라도 하겠다고 답하면 ‘의리가 없네’라고 말함 ▲주량을 묻고,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답하면 인상을 찌푸림 ▲피면접자가 대답할 때마다 비웃으며 조롱함 ▲장기자랑을 강제로 시킴.

위 사실이 공론화된 이후, 커뮤니티에는 ‘해당 학과 학생회는 당장 이 사건에 피드백을 하세요’라는 글이 게시됐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의하며 학생회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해당 학과 학생회와 학과 소속의 단과대학 학생회는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등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렸다. 두 문건에 따르면 학생회는 공론화된 내용이 모두 사실임과, 그에 대한 책임까지 인정했다. 또, 대자보를 부착하고 면접 매뉴얼을 수립해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이며, 이를 계기로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악습과 부조리를 타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학생들이 학생회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됐다.

제3자의 눈으로 이번 사태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 꽉 막혀 있던 묵은 악습에 용기를 내어 고발의 물꼬를 텄고, 그 길을 따라 하나 둘씩 연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대학이라는 작은 세상을 바꾼 것이다.

당시 커뮤니티 댓글 중 특히 공감되는 것 몇 가지가 있다. “요즘 애들이 그냥 당할 줄 아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요즘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사회에서 매장 당함” 등 사회가 바뀌어 가고 있으니 그에 맞춰 우리도 변해 가야 한다는 내용과, “처음 면접 관련해서 이건 아니라고 올려준 애도 멋있고, 같이 화내준 애들도 많아서 다행”, “애들이 무엇이 잘못된 건지 파악하고 있어서 다행”, “애들이 깨어 있어서, 화낼 줄 알아서 다행” 등 학생들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별할 줄 알며 화낼 줄 알아서 다행이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세상은 줄곧 불편한 구석을 해소하면서 발전해왔다. 더 불편해하고 분노해야 사회를,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 학우들이 불편한 일에 불편해할 줄 알고, 분노할 일에 분노할 줄 알아서 참 ‘다행’이다.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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