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초봄 미세먼지의 ‘습격’, 원인 알아보니… (한성대신문, 543호)

    • 입력 2019-03-25 00:00

한반도 주변 대기 정체…인공강우 실효성은 의견 엇갈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13일 중 12일 동안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1㎥ 당 35㎍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3월 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고치인 147㎍/㎥를 기록했다. 전날인 4일, 117㎍/㎥의 농도로 관측 이래 역대 2위를 차지하는 수치를 기록한 지 하루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 및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단속하는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 미세먼지 해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편, 제주도에도 첫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제 미세먼지는 비단 서울·경기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에도 ‘종류’가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의 먼지를 뜻한다.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작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1/20에 불과한 크기다. 이에 대해 이민호(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보통 미세먼지 중 2/3가 초미세먼지”라며 “초미세먼지와 같이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폐 깊숙이 흡수돼 인체 유해성이 높다”고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여기에 ‘2차 생성 미세먼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생성 미세먼지란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출구에서 나온 유해 물질이 대기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미세먼지다. 지난 2017년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국내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 중 2차 생성 미세먼지가 72%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가둬버린 대기

그렇다면 왜 미세먼지는 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세먼지의 원인은 크게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으로 나뉜다. 국내 요인으로는 한반도 주변의 기압 변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겨울철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베리아·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한반도 대기의 흐름이 정체됐다.

실제로 올 초봄의 평균 풍속은 초속1.8~1.9m/s로 평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 정도 약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 활동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대기의 기압 배치가 변했고, 이 때문에 북풍 기류가 불어오지 않아 대기가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외 요인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꼽을 수 있다. 대기가 정체된 와중에 중국에서 불어온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짙어진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더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국외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반기성(케이웨더) 센터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향 없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긴 어렵다. 이번처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경우, 중국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초, 중국 베이징에 스모그 경보 가운데 두 번째로 심각한 황색 경보가 두 차례 발령됐다. 이 시기와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한 시기가 유사해,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지난 1 월 환경부는 공개 자료를 통해 국내 미세 먼지의 영향 중 국외의 영향이 약 40~70% 정도라고 언급했다. 종합해보면 중국에서 미세먼지는 계속 불어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년보다 한반도 대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가 한반도 안에 갇혀버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인공강우, 과연 실효성 있을까

극심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으로 최근 환경부는 중국과의 인공강우 기술 교류를 통한 공동실험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강우 기술이란 이미 형성돼 있는 구름에 인위적으로 작은 얼음 결정을 생성해 눈 혹은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 혹은 비는 일정량 이상의 무게를 넘어가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져 인공강우가 된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시간당 약 1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시간당 약 0.1~1㎜의 강수량을 발생시키는 것이 한계라는 점이다. 현재 인공강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인공강우의 실효성에 관해 배보람(녹색연합 사회전환팀) 팀장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인공강우가 잡아 끌어내리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이 활동가는 “일정량의 강우가 미 세먼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인공강우를 미세먼지 대책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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