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들리지 않는 소음, 재밍 시그널 (한성대신문, 543호)

    • 입력 2019-03-25 00:00

“오, 트럼프 나온다!”

‘지지직- 지지직-’

“엥, TV가 왜 이러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순간, 갑자기 화면이 끊겨 당황했을 것이다. 특정 채널에 문제가 있나 싶어 채널을 돌려봐도 모두 마찬가지. 대체 왜 모든 방송국에서 일제히 이 같은 방송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이는 바로 ‘재밍(Jamming) 현상’ 때문이다. ‘재밍’은 국방전술 중 전자방해 전술의 한 종류다. 즉, 제3자가 고의적으로 전자파를 방사해 발신자와 수신자 간 전자파 교류를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밍의 원리는 간단하다. A가 B로 보낸 신호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C가 더 세게 송신해 A가 보낸 신호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수원(광운대학교 전자통신 공학과) 교수는 “친구와 대화할 때 누군가 옆에서 더 큰 소리로 떠들어 대화가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통신을 위해서는 ‘신호(Signal)/{자연잡음(Noise)+간섭(Interference)}’의 수식 값이 초기 통신 설계 시 설정한 기준 값을 넘어야 한다. 이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비추어 보면 분자에 해당되는 ‘신호’는 수신자 즉, 방송국이 전달받고자 하는 전파이고, 분모의 ‘자연잡음(Noise)’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잡음을, ‘간섭(Interference)’은 신호를 방해하기 위해 트럼프 측이 고의적으로 발생시킨 전파를 의미한다. 이 중 간섭을 ‘재머(Jammer)’라고 일컫 는다. 이때, 재머의 크기가 커져 분모가 분자보다 커지면 수식 값이 작아지면서 그것이 기준 값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파 교란이 발생한다.

재밍은 공격 대상이 어떤 시스템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모형이 존재한다. 그중 ‘대역 잡음 재밍’은 방해자가 상대 측에서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 전체에 넓게 신호를 보내 전파를 방해하는 기술이다. 이는 공격 대상의 주파수 대역을 정확히 모를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모형인 ‘주파수 추적 재밍’은 공격 대상 신호의 주파수 대역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춰 재밍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즉, 공격하려는 신호가 계속해서 주파수 대역을 바꾸면 그 주파수를 따라다니며 전파를 방해하는 모형이다. 예를 들어, 공격할 주파수 대역이 A라면 그에 맞춰 방해 신호를 내보낸다. 그러다가 공격 대상이 주파수 대역을 B로 바꾸면 다시 B를 추적해 그에 맞는 재밍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트럼프가 등장하는 순간 재밍 기술을 사용한 것일까? 이는 트럼프를 대상으로 한 원격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재밍은 이처럼 국방·경호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학계에서는 재 밍 신호를 2차적으로 교란시키는 ‘항재밍’ 기술도 연구 중이다.

정명아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