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요리하는 이슈브런치> 낙태죄를 해방시킨 헌재 ‘낙태 필요 없는 사회’ 여나 (한성대신문, 544호)

    • 입력 2019-05-13 00:00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낙태 행위를 처벌하는 기존의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률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할 예정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태아를 인위적으로 낙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모두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에 의하면 임산부가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그의 동의를 얻어 시술한 의사 또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는 임산부 또는 배우자가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거나, 임산부가 성폭행에 의해 임신한 경우 등에 한해 낙태를 용인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헌재는 “소득 불안정과 같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경우까지 처벌한다는 점과, 임산부의 동 의를 얻어 시술한 의사까지 처벌한다는 점에서 『형법』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권고했다.

이에 4월 15일 이정미(정의당) 대표 등 의원 10명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4주차 이내 임산부는 본인 의사만 있으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임신 22주차 이내 임산부는 태아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거나 사회·경제적 사유를 충족할 때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단, 사회·경제적 사유는 이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4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헌재 결정은 수년간 낙태죄를 폐지시키고자 했던 여성들의 투쟁이 일궈낸 여성운동의 진전”이라고 평했다.

반면, 낙태반대운동연합이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는 “태아는 『민법』과 이전의 헌재 결정에서도 생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헌재가 태아의 생명을 앗아가는 낙태를 용인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상희(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논쟁의 핵심은 낙태 허용 여부가 아닌 낙태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이라며 “헌재가 우리 사회를 향해 이런 사회를 만들 것을 권고하지 않은 면에서 이번 결정은 아쉽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한 교수는 “임신 14주차 이내 임산부에게 어떠한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하게 한 것은 그가 낙태를 결심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고민하는 기간이 12주에서 14주 정도라고 판단해 명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시점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논의가 진행돼, 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낙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성 인권이 신장하는 사회로 발전하는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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