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무의식 세계의 꿈, 욕망의 문을 두드리다 (한성대신문, 546호)

    • 입력 2019-06-03 00:00

당신은 지난밤 어떤 꿈을 꾸었는가? 꿈을 꿨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기억나더라도 생생하게 모든 장면을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기분 좋은 꿈도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한 기상천외한 스토리까지…. 악몽을 꾸고 나서 소위 ‘개꿈’이라고 치부 해버리기엔 어딘가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걸까? 또, 꿈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억압의 시대 속 욕망의 분출구

뇌과학이 학문적 정체성을 갖추지 않은 100년 전,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꿈의 해답을 ‘무의식’에서 찾았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개인의 성적 욕망은 물론이고 분노의 표출까지 제한당하는 금욕의 시대였다. 이창재(프로이드정신 분석연구소) 소장은 “이같은 사회적 억압 은 그 당시 사람들로 하여금 주로 욕망을 충족하는 꿈을 꾸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프로이트는 특별히 두드러지는 특징이나 양상을 보이지 않는 ‘평범한 꿈’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꿈은 무의미한 작용’이거나 ‘초자연적 계시’라는 당대의 통념에 맞서 꿈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저서 『꿈의 해석』을 쓰기 위해 총 223개의 꿈을 분석하여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다.

의식을 피한 무의식의 ‘욕망적 표상’

프로이트는 꿈에서 일어나는 정신작용을 분석하기 위해 ‘욕망’과 ‘무의식’에 주목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나 현실은 그 모든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 욕망이 무의식을 통해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꿈은 완벽한 심리적 현상이며, 정확히 말해 소원 성취”라고 말했다. 또 『꿈의 해석』에 의하면, 꿈이란 의식의 검열을 피해 은폐된 기억이 낯선 표상들로 형상화되면서 또 하나의 의식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의식이 사회적 가치관과 도덕적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한다면, 꿈은 무의식으로서 인간의 ‘진정한 욕망’을 보여주는 세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꿈에 등장하는 일상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내용과 본능적 행위는 무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석(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꿈은 소망의 충족을 목적으로 한다”며 “인간의 욕망이 제한 없이 충족된다면 꿈을 꿀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즉, 욕망은 의식 세계에서 추방당하고 억압당하지만, 소멸되지 않고 꿈을 통해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항상 꿈을 꾸는 걸까? 프로이트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무의식은 의식을 불편해한다”며 “의식이 꿈의 내용을 기억하려 하기 때문에 무의식이 이를 망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우리 모두는 매일 꿈을 꾸지만, 무의식에 의해 꿈을 꿨다는 사실을 망각해 ‘꿈을 꾸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매개를 통해 소화되는 욕망

우리의 꿈은 좀처럼 일관성이 없고 엉뚱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를 ‘드러난 꿈(내용)’이라 고 한다. 반면, ‘감춰진 꿈(사고)’이란 꿈의 실질적 내용을 다루는 무의식적 소망과 기억을 말한다. 이는 유아기의 원초적 기억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의 억압된 욕망이 무의식에 남겨져 표상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영숙(서울정신분석상담연구소) 연구원은 “꿈은 본인이 아동기에 원했던 욕망이 실현되지 못해 우리에게 이를 일깨우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프로이트는 꿈을 ‘드러난 꿈’과 ‘감춰진 꿈’,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때, 드러난 꿈은 감춰진 꿈의 은폐물에 불과하기에 그 자체로 이해하려 하면 안 된다. 감춰진 꿈은 ▲왜곡 ▲변형 ▲전치 ▲생략 ▲동일시 등의 작업을 거쳐 드러난 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같은 맥락에서 ‘악몽’을 설명한다. 김 교수는 “꿈은 위장된 형태로 소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꿈을 내용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즉, 나의 내재된 욕망이 ‘악몽’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화된다는 것이지, 악몽의 내용 자체는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내가 누군가를 죽이는 꿈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나의 욕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 안의 금지된 것의 실현’ 혹은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같은 속성을 꿈의 ‘변장’이라고 한다.

또한 꿈에는 두 가지 매커니즘이 작용하는데, 바로 ‘압축’과 ‘전치’다. 이것은 평소 억압됐던 무의식적 기억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으로, 무의식의 핵심공정이다. 먼저 압축이란 여러 무의식적 기억을 혼합하여 하나의 표상으로 의식에 드러내는 무의식적 작용이다. 이를 통해 꿈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전치는 망각된 무의식적 사유의 중요한 요소가 다른 요소들에 결합되어 드러나는 작동법칙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프로이트는 우연처럼 보이는 꿈의 내용이 사실은 무의식의 매커니즘을 철저히 따르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무의식의 의식화, 욕망을 만나는 과정

학자들은 꿈이 ‘프로이트 이전의 꿈’과 ‘프로이트 이후의 꿈’으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꿈의 해석』의 출판 당시, 그의 책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사이비 과학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꿈을 비롯한 무의식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꿈의 해석』을 출간한 지 100년이 넘은 현재, 그의 이론이 계속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 이르러 그의 이론이 상당 부분 증명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이라는 무의식의 영역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고와 분석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로 연결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꿈을 해석하며 내면의 깊은 모습을 탐구하면 자기 자신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고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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