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한성대신문, 515호)

    • 입력 2016-08-30 19:25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지만(No Where), 지금 여기 존재하는(Now Here) 세계

최근 포켓몬Go’가 인기를 얻으면서 증강현실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의 사물이나 배경에 가상의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이 가상의 공간과 사물의 이미지만을 사용하는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 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으로 보여준다.
증강현실을 구현하려면 여러 가지 관련 기술이 요구된다. 현실의 지리·위치 정보를 인식하여 가상의 객체를 모바일 기기 화면에 위치시키는 마커 인식기술, 위치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GPS나 중력 장치 및 카메라·센서 기술, 그리고 실제와 가상을 이질감 없이 합치는 영상합성기술, 3차원 영상이나 음향 등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LCD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증강현실 기술은 최근에 만들어진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 중반에 최초로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모델이 HMD(Head Mounted Display) 형태로 고안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보잉사가 항공기 조립과정에 증강현실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기술적 난제에 부딪혀 개발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이동성이 뛰어난 IT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증강현실 기술이 다시 부각되었다.
증강현실 기술이 부각되는 한편, 증강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현실과 가상의 혼재되어 그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증강현실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간이라는 주체가 현실이라는 객체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존재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나 장자의 호접지몽도 진실에 대한 인식론을 다루고 있다. 근대철학의 시발점도 라는 사유의 주체와 인식하는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이다. 그러나 현실과 가상을 칼로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직접 보고 들어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등교하는 것과 같은 매우 사소하고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 외의 모든 현실 정보는 모사된 이미지를 통해서 접한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사실들, 합성된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태양계의 질서와 지구의 운행. 현실의 모든 정보는 시뮬레이션 되고, 프로그램된 비현실적인 것이다. ,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미 재구성된 가상현실이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을 대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허구적 현실을 즐기는 이유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에, 인간이 인식한 현실에는 맹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현실 자체를 신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기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현실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화해나가는 것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인식된 현실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적 현실에 가상을 덧씌워서 부족한 정보를 메우고,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욕구는 점차 현실과 가상 간의 거리를 좁히고, 가상세계를 진짜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예컨대, 비행 시뮬레이션은 가상이지만, 훈련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상의 세계에서 진짜 현실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증강현실은 우리의 삶에서 가상 이미지 이상의 의미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이제 현실 인식능력보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는 인간의 상상력이 그만큼 빛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이미 존재하던 현실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지금이 증강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임에는 분명하다. , 이제는 답해야 할 차례다. 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창발적인 상상력을 구현할 도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뒤엎고 지배하는 강력한 가상세계로의 초대장이 될 것인가?

김민식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