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마침표가 아닌, '쉼표' (한성대신문, 546호)

    • 입력 2019-06-05 02:52

이 글은 한성대신문사 편집국장으로서 남기는 마지막 기록이다. 내 진로가 언론과 관련된 분야가 아닌 만큼,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기사나 칼럼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더 완벽하고 멋있는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피날레’에 대한 부담을 과감히 내려놓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802일, 19,248시간, 1,154,880분, 69,292,800초. 내가 <한성대신문>에 몸담은 시간이다. 기자로 1년 3개월, 또 편집국장으로 1년을 더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학보사를 떠날 채비를 하게 됐다. 사실 나는 살면서 무언가를 이렇게 오랜 시간 끈기를 갖고 임했던 적이 없다. 평소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자주 찔러보지만, 또 그만큼 쉽게 싫증을 내고 질리는 편이라 대부분 경험의 깊이가 얕았다. 그런 내가 2년 3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는 게 그저 경이롭다.

돌이켜보면 그간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처음 출근한 날 오전 9시, 철야 근무한 선배 기자가 초췌한 얼굴로 간이침대에 누워 쪽잠을 자고 있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가장 처음 투입됐던 취재와 바이라인에 첫 이름을 올린 기사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당시 취재 중 대접받은 수국차의 향은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것 같다. 다소 민감한 아이템을 취재하면서는 취재원으로부터 인신공격도 당해봤고, 기사 검열에 응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근로자의 날에는 노동절 대회에 참석해 언론사 기자들 틈에 껴서 함께 취재해봤고, 여행 기획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3박 4일간 전국을 순회하기도 했다. 또, 사내 투표를 통해 편집국장으로 선출됐고, 편집국장직에 취임하고 나서는 ‘읽고 싶은 학보 만들기’라는 나름의 프로젝트를 추진 한 것까지….

물론,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기자 시절에는 그때의 어려움이 있고, 편집국장이 되어서는 또 그만의 어려움이 있다. 전자가 육체적 고통이라면, 후자는 정신적 고통에 가깝다. 특히, 나는 수면부족과 스트레스에서 기인된 병을 달고 지냈다. 주치의는 스트레스 받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완치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내가 그만둘 수 있는 건 내 건강을 돌보는 것뿐이었다. 편집국장 업무에 치이고, 책임이 부담으로 느껴지면서부터는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까지 떠안게 됐다.

지금 나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지난 27개월간 쉬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한 호가 발간되면 바로 다음 호 발간을 준비했고, 또 그렇게 일정한 작업 사이클을 쳇바퀴 굴리듯 반복해왔다. 마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가 톱니바퀴의 나사못을 조이는 것처럼. 내 모든 것을 학보의 발간과 학보사 운영에 맞추었고, 그것이 내 일상의 최우선 순위였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본질적인 의미의 ‘나’를 잃어야 했다. 이제 나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톱니바퀴 같은 일상에 쉼표를 찍으려 한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말이다. 학보사를 떠난다고 해서 내 일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편집국장이 아닌 ‘나’의 일상으로 복귀해, ‘진짜 나’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다.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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