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넘버 원(No.1)과 온리 원(Only One) 사이 (한성대신문, 547호)

    • 입력 2019-09-02 00:00

대학축제의 달 5월, 축제를 즐기는 많은 이들 사이로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흔하디 흔한 대학축제에 낯선 조리복과 사시미 칼을 든 남자. ‘프로’의 향기를 뿜어내는 그는 유동민(25)셰프다.

우리학교 미래플러스대학 호텔외식경영학과 19학번으로 입학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 이런 그가 어떻게 풋내기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 걸까. 유 셰프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넘버원(No.1)이 되기까지

학창 시절, 그의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요리에 미친 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별명이 방증하듯, 그의 학창 시절도 요리를 떼어놓고 말하면 서운할 정도다. 더군다나 그가 진학한 요리 전문 고등학교는 그에게 맘껏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피자 화덕은 물론 와인 숙성실까지, 실제 업계와 유사한 환경에서 유 셰프는 밤낮없이 요리 에 전념했다.

그의 노력 덕분일까. 고등학교 재학 시절 유 셰프는 한 유명 대기업 일식당에 입사했다. 하지만 입사 직후 호텔조리팀의 막내였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요리가 아닌 다른 업무였다.

“온종일 식자재 같은 물건을 검수장에서 가져오는 일을 맡았어요. 그러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가기 일쑤였죠.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쉬워서 꾀를 하나 부렸어요. 남들보다 3시간쯤 일찍 출근해서 수족관에서 생선 한 마리를 몰래 꺼내어 숨겨둔 거죠. 그리고 그 생선으로 남들 쉬는 시간에 몰래 연습했어요. 요리를 너무 하고 싶었으니까….”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했던가. 일하는 와중에도 요리를 틈틈이 연습한 유셰프는 사내 요리 대회에 출전했다. 노력은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당시 일정 순위 안에 들어야만 주어지는 ‘챌린저’에 그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운도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블라인드 테스트였기에 제가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어요. 오로지 요리만 보고 평가하니 제게는 플러스 요인이지 않았을 까요(웃음)?”

‘국가대표’ 요리사의 자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 셰프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도 꾸준히 국내·외 요리대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를 묻자, 주저 없이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2014 룩셈부르크 요리 월드컵’을 꼽았다.

“생소할 수 있지만 요리 월드컵도 다른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씩 열려요. 국내 예선을 치르고 룩셈부르크에 갔을 때 걱정이 컸어요. 한식의 세계화가 제 손에 달린 것일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해외 타지에서 열리는 대회라 우리나라와 식자재가 달랐거든요.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는 재료를 써야 했기에 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이같은 걱정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노력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해진 기간 내에 음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용 음식도 만들어야 해서 걱정할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30분 정도 잤을 거예요. 온 종일 요리하고 작품을 만들었어요. 서서 졸면서 요리를 하기도 했죠. 그렇게 해야만 시간 내에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제 몸 하나 불살랐어요.”

노력의 보상은 참으로 달콤했다. 단체전 동메달, 개인전 은메달. 한국 대표로 나간 첫 월드컵에서부터 그는 한식 ‘넘버원(No.1)’이 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것이다.

마냥 그런 새내기가 아니다

이러한 그가 어떻게 우리학교에 입학하게 됐을까. 현업에 7년간 몸담았던 그에게도 가슴 한 켠에 무언가 하나 자리잡았다. 바로 ‘배움의 열망’이다. 결국 그는 국내 요리대회 출전 당시 인연이 닿은 교수님께 우리학교를 추천받아 입학을 결정했다. 배움도 배움이지만 이외에도 얻을 것이 많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대학교에 가면 ‘요리의 이론에 대해 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물며 재직자를 위한 특수학과다 보니 아무래도 현직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분들이 많아 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입학한 지 3개월 째, 그에게도 대학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다른 학생들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냐’는 교학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 셰프는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 붙였다.

“솔직히 학생들에게 퍼줄 생각으로 참여 했어요. 보통 초밥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을 떠올리는데 학생들이 먹기에는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초밥을 판매하고자 했어요. 실제로 학생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의 노력을 하늘도 안 것일까. 그는 축제에서 존재감을 백분 발휘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이 너무 몰려 번호표를 배부하기도 했다. 또한 SBS가 제작하는 유명 온라인 콘텐츠인 ‘스브스뉴스’에도 출연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제는 온리 원(Only One)을 향해

훗날 그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가성비와 가심(心)비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탓이다. 유 셰프는 “제가 만든 음식을 최대한 많은 분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을 둬서 반드시 우리 가게에 와야만 드실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손님에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라는 느낌을 준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한성대신문> 독자들에게 전 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남들과 경쟁해서 넘버원(No.1)이 되든가 남들과는 다른 온리 원(Only One)이 되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해요.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말이죠. 그 과정을 겪다 보면 ‘미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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