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수강신청'이라는 이름의 악몽 (한성대신문, 547호)

    • 입력 2019-09-02 00:00

배가 고프면 밥시간이 됐음을 알 듯, 방중 내내 조용했던 학내 커뮤니티가 소란스러워졌다는 것은 개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관례적으로 매 학기 개강 직전이면 우리학교 모든 커뮤니티는 너나 할 것 없이 들썩인다. 이번 학기 역시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수강신청’ 때문이다.

이번 수강신청에 발생한 여러 잡음 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학사구조 개편으로 인한 트랙제 커리큘럼 도입이었다. 이에 기존 학부제 학생들의 불만이 속출했고, 트랙제 학생들은 본인 학년에 개설된 전공과목이 적은 상황에 공분했다. 결국 논란이 된 학부는 상호인정교과목을 추가 배정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당장 내년 이후로 복학할 학부제 학생들과 커리큘럼을 이탈한 학생들이 겪을 혼란에 대비책이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다.

뿐만 아니라 1학년 수강신청 당일, 전산 오류가 발생해 상상력인재학부 1학년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정시에 진행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본부는 트랙기초 과목 수강인원을 늘리거나, 상상력인재학부 학생만 수강신청 정정 10분 전부터 5분 동안 수강신청 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학생들이 본 피해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이번 수강신청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두 단어로 축약할 수 있는데, 바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다. 교육학용어사전에서는 학습권을 ‘원하는 것을 학습할 권리 및 학습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요구할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이며, 자유로운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권리다. 더욱이 이를 위한 합당한 금액을 지불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가에는 학생들이 정당한 대가인 등록금을 지불함으로써 획득한 학습권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듣고 싶은 강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필수 강의조차 듣지 못해 졸업이 늦어지는 사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학생들이 역으로 대학에 강의를 ‘구걸’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학교 측에서는 개별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지금의 작태를 용인할 수 있느냐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더욱이 이번 수강신청 사태처럼 ‘어쩔 수 없다’, ‘학생의 양해를 부탁한다’는 식의 논리로 명백한 ‘학습권 침해’를 용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같은 작태를 보면 학습의 무한한 장이 되어야 할 대학에서 학습권 침해가 과연 오늘날의 정상적인 고등교육 현장인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현재 대학들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들 존재 근간에 ‘공적 교육 제공’이 있음을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불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강신청 악몽’을 맞이한 한성대학교가 과연 개선의지를 가지고 있기는 한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선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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