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뒤집어진 태풍의 판도,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한성대신문, 550호)

    • 입력 201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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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1-11 00:03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해양성 고기압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월별 이동방향. 한여름에는 서북방향을 향해 북상하지만, 가을철에는 점차 수축해 동북방향을 향해 북상한다.

지난 9월과 10월, 한반도 전역이 태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3회 가량 발생했던 태풍이 올해에만 벌써 7회나 발생한 것이다. 이는 1959년 이후 60년 만에 최대 발생횟수다. 게다가 태풍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도 기존 7·8월에서 9월 이후로 늦춰져 발생 시기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웠고, 강도 또한 기존에 비해 높았다. 그렇다면 왜 태풍은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변화를 보이게 됐을까?

열대의 바다가 낳은 공포

태풍은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중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인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태풍이 한반도에 북상해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수반된다. 그 첫 시작은 ‘열대성 저기압의 형성’이다. 열대성 저기압은 고온의 열대 해상에서 수분을 머금은 뜨거운 공기가 급상승 기류를 타 형성되는 기압이다.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된 후 수증기를 가득 포함한 공기가 상승해 구름을 만들면서 열을 방출 하게 되는데, 이것이 상승 기류를 더 빠르게 만들어 태풍을 형성한다. 이후 전향력(지구의 자전에 의해 바람에 가해지는 힘)의 영향을 받은 태풍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크기를 최대한 넓힌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뒤 대부분의 태풍은 북서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다 세력을 잃고 소멸하게 된다. 저위도 지역의 공기순환 구조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도 태풍이 발생한다. 이에 박종길(인제대학교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 소장은 “이때 태풍은 많은 에너지를 갖고 북상하며 지구 에너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형성된 태풍은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 큰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달궈진 해수면과 함께 달라진 태풍

한편, 올해 한반도를 휩쓴 태풍은 매우 이례적인 양상을 띠었다. 발생 횟수가 잦은 것뿐만 아니라 발생 시기 역시 한여름에서 가을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태풍이 발생했던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한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을 꼽았다. 올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가을에도 태풍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또한 북태평양에 중심을 둔 아열대성 고기압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해수면의 상승으로 9월과 10월에 약해져, 태풍이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일본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에 대해 차동현(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와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와 같은 기후변동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가을철 북쪽에서 남하한 차가운 공기가 태풍과 만나면 큰 기온 차에 의해 한반도에 강한 대기 불안정 상태가 형성된다. 이는 여름철 태풍보다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태풍의 힘을 책임진 북서태평양

고기압 발생횟수와 시기 외에도 올해 태풍을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10월, 태풍의 평균 강도가 28m/s로 나타나 기존보다 더욱 높은 강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한여름에 세력이 크게 확장하고, 가을에는 세력이 크게 수축하는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9월에도 세력을 잃지 않은 것에서 기인했다. 본래 우리나라는 북서태평양의 영향으로 한여름철에는 남서해안에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를 원활하게 공급받는다. 통상적으로는 태풍이 동해 북부 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면의 마찰과 낮은 지표면의 온도로 인해 급격히 세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것에 더해,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태풍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증기가 공급되어 상륙 이후에도 강한 세력을 유지 하는 것이다. 이에 차 교수는 “북서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해양 중 가장 온도가 높아 1년 내내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다보니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이 강도를 유지하면서 상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여름철에만 나타났던 인도 계절풍 ‘몬순’으로 인한 대류활동이 9월까지 활발했던 것도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에 한몫했다. 동아시아 부근에서 발달한 상승기류가 북서태평양의 고기압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수온이 상승한 탓에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와 일본 서남부에까지 확장됐다. 이에 따라 태풍의 이동경로가 우리나라를 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최근 30년간 평균적인 북서태평양 고기압 위치가 상당히 서북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수 있어 추가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11월 현재에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가을철 태풍이 잇따라 증가할 가능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 소장은 최근 29년간 북서 태평양 고기압의 평균위치를 보았을 때, 향후 태풍의 발생과 이동경로가 올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차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한, 가을철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한반도 상공의 제트 기류가 약화됨에 따라, 태풍 발달을 방해하는 연직바람쉬어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피해도 점점 커질 수 있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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