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공유경제,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한성대신문, 551호)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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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2 00:42
▲플랫폼은 대여자와 사용자를 탐색·연결시키며, 대여자의 제품을 제공받아 사용자에게 이를 공유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00년대 초,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며 “접속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전통경제’가 ‘네트워크 경제’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 설립된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유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치를 공유하다

이같은 공유 서비스는 ‘공유경제’라는 경제모델로 설명된다. 공유경제란 소비자가 물건, 정보, 공간, 서비스 등의 자원을 다른 주체와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방식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84년 마틴 와이츠먼(Martin Weitzman)이 처음 제시했는데, 그는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수익 공유 시스템을 제안했다. 당시의 공유경제는 기업의 수익 규모에 따라 노동자들의 급여가 달라지는 탄력적 임금 시스템을 의미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레시그(Lawrence Lessig) 교수에 의해 이 개념이 현대적 의미로 창안됐다. 그는 공유경제가 기존의 전통경제에 대응하는 것으로 봤다. 전통경제는 생산자의 이윤 창출, 소비자의 재화 소유를 목적으로 했지만, 공유경제는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이용 가치’도 추구해야 할 중요한 목표라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사람들의 소유보다는 이용 가치와 혜택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또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제1유형은 ‘제품·서비스의 공유 및 교환 선호형’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나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공유서비스를 말한다. 이 유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유·무형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타인과 공유하며 자원의 가치에 지속성을 더한다. 제2유형은 ‘협력적 생활양식 공유 서비스 선호형’으로, 새로운 형태의 협력적 생활방식이 만들어내는 공유경제 시장이다. 이는 사람 간 관심사, 이슈, 지식 등 무형 제품을 공유하기 위해 유형 제품을 교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로 지식공유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제3유형은 ‘재분배 공유 서비스 선호형’이다. 이 유형에는 중고시장이나 벼룩시장이 해당되며, 참여자는 활용가치가 감소하거나 재활용된 제품들을 공유한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의 공유를 통해 상당량의 쓰레기를 줄이고 제품 생산에 소비되는 자원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꽃, 플랫폼​

한편, 공유경제에는 대여자와 사용자 사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자가 존재한다. 이때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을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데,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체 서비스에 끊임없이 투자한다.

이때 네트워크 효과(특정 상품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효과) 중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적용된다. 메트칼프의 법칙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 비용은 이에 비례해 늘어나지만, 그것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즉,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비용도 증가하지만, 가치가 무한히 증가하여 또 다른 사용자를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사용자를 가진 공유경제 플랫폼이 100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플랫폼 내 사용자가 1명 증가하면 구축비용은 10이 증가하지만, 그 플랫폼의 가치는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국 플랫폼의 가치 증가는 수익의 증가를 의미하며, 공유경제의 성장은 플랫폼 확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의 확장은 공유경제에 ‘거품(Bubble)’이 발생할 위험을 야기한다. 공유경제가 실제로 큰 성장이 없음에도, 과도한 투자로 인해 마치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거품만 부풀어 오른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유오피스 플랫폼 기업인 ‘위워크’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물 임대료와 적은 공유 수익으로 적자가 반복되면서 결국 기업 가치가 절반가량 하락했다.

이에 대해 김계수(세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이익을 누리기 위해 과도하게 투자하면 공유경제의 ‘고비용·저수익’ 현상을 발생시키며, 이는 공유경제 거품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사태에 대해 “기업들은 공유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며 “이를 계기로 공유경제 사업모델에 대한 검증이 이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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