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성(性)> 잘못된 신념이 불러온 끔찍한 악습, 여성 할례 (한성대신문, 551호)

    • 입력 2019-12-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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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2 12:29



“나는 음핵을 절단 당했다.”

1997년, 소말리아 출생의 모델 와리스 디리가 자신이 5세의 나이에 여성 성기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이로 인해 생리현상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이것이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여성에게 행해지는 풍습이라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와리스가 폭로한 이 풍습은 ‘여성 할례’다. 여성 할례란, 여성의 성기 일부를 절단하는 풍습을 말한다. 이를 경험한 여성들은 통증, 출혈, 용변 장애를 부르는 누공이나 합병증을 겪는 등 평생 동안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와리스의 여성 할례 폭로 이후 전 세계가 아프리카 대륙의 비인도적인 풍습에 공분했지만, 20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지역에서 여성 할례가 자행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 할례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아프리카 대륙에 만연한 ‘가부장적 질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남성중심주의적 사회 질서가 지배적인 아프리카에서, 여성 할례의 시행은 여성의 신체에 가부장적 질서를 각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할례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남성중심적 질서에 여성을 순응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 문화권에서는 여성의 음핵이 남성의 남근과 같은 것이며, 남근의 경쟁자라고 여긴다. 따라서 이를 제거함으로써 남성의 흔적을 없애고 여성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여성성 부여’는 공동체 안에서 여성에게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할례는 성인식이라는 통과의 례로 이행되는데, 할례를 받은 여성에게는 혼인을 통해 ‘출산’이라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반면, 할례를 거부한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생존과 직결되는 ‘혼인’의 자격을 박탈당한다. 즉, 할례를 거쳐야만 진정한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고, 이는 곧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인 것이다.

여성 할례는 ‘처녀성 확인’을 위해 이행되기도 한다.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은 보통 남편에게 귀속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이 남편 외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여성이 ‘온전한 남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부장적 사회에서 처녀성을 증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할례 의식 중 한 유형인 ‘파라오식 할례’는 여성의 성기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방식은 음핵뿐만 아니라 소음순과 대음순까지 제거하고, 소변과 월경이 나올 수 있는 작은 구멍만 남겨둔 뒤 외음부를 모두 꿰맨다. 꿰매진 외음부는 결혼 첫날밤 남편이 풀게 되고, 이로써 여성은 정조를 확인받게 된다.

이외에도 일부다처제가 시행되는 부족들은 여성 할례를 여성의 성욕을 억제함으로써 가부장제에 순응시키는 장치로 이용한다. 음핵을 제거해야 성욕을 없앨 수 있고, 이것이 많은 여성을 만족시켜야 하는 남성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의 성이 부정적인 것이라는 인식도 여성 할례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장태상(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 교수는 “여성 할례를 이행하는 집단은 여성 의 육체적 성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여성이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것에 대해 배타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두 남성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 할례가 행해지는 많은 공동체에서는 여성의 외부 생식기를 불결한 것으로 인식한다. 말리의 ‘밤바라족’은 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음핵에서 나오는 유독성 액체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이들은 출산할 때 음핵이 아이의 머리에 닿으면 아이가 죽을 수 있다고 여긴다. 이같은 믿음은 밤바라족이 여성의 생식기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공동체의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음핵을 절제당한 여성들은 상처가 덧나 염증에 감염되거나 대소변 조절을 하지 못하는 등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는 매우 비인도적인 의례 이자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여성 교육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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