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그리고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선 주 52시간 근무제 무사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51호)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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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2 12:30



지난해 2월, 국회가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 최장 2위’ 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법정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이하 주 52시간제)’를 실시하되,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지 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며 오는 2020년, ‘50인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주 52시간제가 일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과연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단축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지난 7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과 숙박 어플리케이션 ‘여기어때’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중 51.7%만이 ‘근로 단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실제 근무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이는 근무시간 단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IT와 제조 업종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에도 실제 근무시간이 단축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실정이다. 이는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T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IT업계에서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또한, 이날 박연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차장은 “업종 특성상, 법정근무시간이 줄었더라도 (프로젝트의) 마감기한은 변함이 없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할 준비가 되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제도*’ 시행 규칙을 개정해 인가 적용 조건을 추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도기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추가될 특별연장근로제도 인가 적용 조건이 ‘경영상 사유’라는 것에 있다. 계도기간이 길어져 제도 도입이 미뤄질 수 있으며, ‘경영상 사유’의 기준이 애매해 주 52시간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과 노동자의 입장을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은 마땅히 이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기업에게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이로 인해 주 52시간제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계도기간: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일깨워 주는 기간. 여기서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을 내리지 않는 기간을 의미한다.

*특별연장근로: 천재지변이나 그에 준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 최장 3개월 동안 주당 12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3개월 단위로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정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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