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색다른 색(色)에 빠지다 (한성대신문, 553호)

    • 입력 202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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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3-15 13:49
[사진 제공 : 노루 페인트]



“무슨 색 좋아해?”라는 질문을 받은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과거에 비해 ‘색’에 대한 관심이 식은 걸까? 대답은 NO! 더하면 더했지, 관심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예쁜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사진을 보정하고, 색에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등 색은 그것 자체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늘어난 관심만큼 바쁜 곳이 있으니 색을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기업, ‘팬톤(PANTONE)’이다. 이들은 더 나아가 올해의 색을 선정하고 우리에게 방향성까지 제시한다. 매년 디자인 트렌드와 색에 얽힌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 올해의 색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정된 올해의 색은 우리의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올해는 어떤 색이 재패할지 궁금하다면 다음 기사를 주목하자.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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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색은 ‘classic’ and ‘blue’



매년 12월,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다양한 업계에서 주목하는 발표가 있다. 바로 미국 색채 연구소 ‘팬톤’이 2000년부터 매년 12월마다 발표하는 ‘올해의 색’이다. 올해의 색은 평소 색에 무심했던 사람들이 색과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됐다. 올해의 색을 선정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삶에 색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시키고, 창의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석현(중앙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과) 교수는 “색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문화를 만드는 힘이 있다”며 “색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의 색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색이 유행하겠어?”라고 생각했던 색들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되면 어느 순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색으로 탈바꿈하곤 한다. 2015년 올해의 색이었던 일명 마른 장미색, ‘마르살라’는 아직도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있다. 몇 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파스텔 분홍색과 하늘색의 조합 역시 2016년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다.

그렇다면 2020년 한해를 이끌 색은 무엇일까. 2020년 올해의 색은 해질녘의 하늘을 연상케 하는 ‘클래식 블루’다. 리트리스 아이스먼(팬톤) 이사는 “견고한 클래식 블루 빛깔은 ‘꿋꿋함’과 ‘자신감’을 나타내며,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도록, 깊게 생각하도록, 시야를 넓히도록, 소통의 물꼬를 트도록 용기를 북돋는 색”이라고 말했다. 즉,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쉽게 공감을 이끌어 내며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컬러로 각인되는 색이다. 2010년대의 문턱을 지나 새로운 10년, 2020년대로 들어서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곤 하지만, 이쯤되니 그냥 블루도 아니고 왜 ‘클래식 블루’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바로 평범했던 블루에 ‘대표적인, 고전적인’이라는 의미의 ‘클래식(classic)’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보다 안정적이고 평온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는 지난해 올해의 색이 왜 코랄이 아닌 ‘리빙 코랄’이었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기도 한다. 코랄에 ‘리빙(living)’을 붙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삶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블루는 성별과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활용하기 좋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색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김라미(RCG컬러연구소) 컬러리스트는 “블루 색상은 언제든지 대중화될 준비가 된 색이다. 따라서 올해의 컬러는 그 여느 때보다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너란 ‘블루’ 속에 헤엄치고 있어

▲클래식 블루 색상으로 염색한 머리. 차 가운느낌과발랄한느낌모두낼수있다.
[사진 제공 : 박수빈(샵꽁뜨)]

2020년 올해의 색으로 클래식 블루가 선정되면서 소비자들도 한층 분주해졌다. 클래식 블루를 남들보다 더 의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다. 먼저 가장 ‘핫’하게 블루를 즐기고 있는 곳은 바로 뷰티 업계다. 블루 색상으로 염색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아이유부터 방탄소년단의 지민까지…. 소위 ‘힙’한 연예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블루 계열의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박수빈(샵꽁뜨) 헤어디자이너는 “원래 블루는 너무 튄다는 느낌이 강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블루 계열을 찾는 사람이 독보적으로 많아졌다”며 “블루 색상이 올해의색으로 선정된 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다 보니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 씨의 리빙 코랄색 핸드폰케이스. 그녀는 곧 케이스를 클래식 블루 색상으로 바꿀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이지영]

‘블루는 너무 부담스러운데…’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 소개한다. 가장 쉽고 편하게 블루를 즐길 수 있는 방법, 바로 소지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것 말고 산뜻하게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작은 소지품을 활용해보자. 평소 다양한 핸드폰 케이스를 모으고 있다는 이지영(23) 씨는 “원색의 케이스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올해의 색이 나오면 맞춰 구매하곤 한다”며 “무채색의 옷을 즐겨입는 내가 유일하게 포인트를 내는 부분이다. 이렇게 작은 소품을 활용해서 트렌드를 즐기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크앤북의 한 진열장. 클래식 블루 색의 책만 진열해둔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블루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기도 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이미 서점은 블루 색상으로 가득하다. 최근 블루 계열의 책표지가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면서, 서점 ‘아크앤북’은 표지가 클래식 블루로 이뤄진 책들로만 한 벽을 채우기도 했다. 아크앤북에 방문한 윤정우(25) 씨는 “클래식 블루 색상의 책 표지들을 보니 괜스레 한 번 더 눈이 가,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처럼 선정된 올해의 색은 한 해의 색 트렌드를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단순하고 밋밋했던 우리의 일상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색에 무심했던 당신도 시나브로 색다른 색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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