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마지막 휴가 (한성대신문, 553호)

    • 입력 202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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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3-14 23:35

작년 9월. 꿈 같이 기다려왔던 전역의 날이 왔다. 머리카락이 잘렸던 순간부터 간절하게 기다려온 그 날. 하지만 직접 마주한 그 날은 생각한 만큼 달지 않았고, 지금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나가면 뭐하지?”, “뭐 먹고 살지?” 군생활 도중에 가장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던 말이었다. 곧 사회로 돌아갈 선임들은 습관처럼 그렇게 말했고 아직 여기서 한참을 더 있어야 했던 후임을 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그 때를 맞는 당사자가 되니 그 소리는 ‘배부른 소리’가 아니었다.

전역의 순간. 부대 안 용사들 중 누구보다도 높았고 거리낄 것 하나 없었던 그 직후. 밖으로 나와서 작대기 4개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꼈을 때, 갑자기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며, 부끄러워졌다. 마음한구석이 켕겼다. 언젠가 더 큰 목표를 꿈꿨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고 안주하는 삶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동적이고 규칙적인 생활 덕에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핑계와 함께, 전역의 해방감이 함께 다가왔다.

부대 안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필요가 없이 눈앞에 벌어진 일을 처리하면 된다. 머릿속을 텅 비우고 시간을 보낸다. 참 편하다. 그래서 군대를 “마지막 휴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역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이 느낌은 휴가 이후의 나른함이 아니다.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은 불편함이 감돈다.

복잡하면서도 불편한, 이 감정의 원인은 무엇인가? 답답한 집단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고, 편리한 삶에 취해버린 개인의 나태함? 살아온 삶의 10% 정도를 느닷없이 점유한 무력집단의 존재? 잘 모르겠다. 그 안에서 발견한 몇 가지 요소들 때문에, ‘군대’라는 이 문제적인 집단에 대해 조금은 긍정하고 싶기도 하다. 어떤 현역은 또 배부른 소리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당신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최선을 다하는 당신이 다치지 않기를,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국 이 불편함을 핑계 삼아 푸념을 늘어놓고야 만다. 마지막 휴가는 휴가가 아니었다고.

유수종(경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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