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분화 직전 백두산, ‘나 지금 떨고 있니?’ (한성대신문, 553호)

    • 입력 2020-03-16 02:13
    • |
    • 수정 2020-03-16 02:13

최근 영화 ‘백두산’이 개봉하면서 백두산 분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백두산 분화 예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분화 징후가 지속적으로 관측돼 수많은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이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들이 백두산 분화를 예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두산 천지 수면의 지하에는 4개의 마그마방이 있다. 그 깊이는 차례대로 10km, 20km, 28km, 34km다.

꿈틀대는 마그마, 뜨거워진 백두산

전문가들이 백두산 분화를 예견하는 이유는 2000년대에 들어 수년간 발생한 전조 현상에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전조 현상은 ‘화산성 지진’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는 것이다. 화산성 지진은 마그마의 상승과 동시에 암석이 열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시작되는 지진이다. 지하 깊숙이 끓고 있던 마그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면과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때 이를 누르고 있던 압력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고압일 때의 기체는 마그마 속에 녹아 있지만, 마그마가 위로 올라오면 압력이 낮아져 기화돼 분리된다. 가벼워진 기체들은 마그마 둘레의 암석을 부숴 약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잦은 화산성 지진을 야기한다. 이같은 백두산의 화산성 지진은 월평균 10회 발생했지만, 2002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월평균 약 250회까지 발생했다. 작년에는 화산성 지진의 발생이 총 35건으로 비교적 잠잠한 시기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발생 빈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화산성 지진과 더불어 백두산 주변 지면에서 배출되는 ‘유독화산가스’의 관찰도 백두산 분화의 대표적인 전조 현상이다. 이에 대해 이윤수(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최근 자주 관측되고 있는 백두산 땅속 동물들의 이동과 고산목(말라죽은 나무)의 발견은 전조 현상 중 하나”라며 “이는 마그마방(지하에 많은 양의 마그마가 괴어 있는 곳)에서 분리돼 지표로 새어 나온 유독화산가스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 지표면이 변화한 것도 전조 현상으로 꼽힌다. 2002년 초에 마그마의 움직임이 급증하자 2005년에는 천지에 가까운 지표면이 약 7cm까지 솟아올랐다. ‘온천수’의 온도도 상승했다. 백두산 상류계곡에 위치한 주롱온천의 수온이 2011년에 전년도보다 3°C 높은 77.7°C를 기록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전조 현상들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며, 이것이 언제 분화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큰 규모의 화산분화 사건은 1~2천 년에 1회, 소규모 분화 사건은 100년에 최소 1회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 시점은 마지막 대규모 분화로부터 1000년, 마지막 소규모 분화로부터 100년 이상 지난 시점이라 백두산 분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분화의 피해, 다양하게 흩뿌려져

최근 백두산이 가장 크게 분화한 것은 서기 946년에 발생한 화산폭발지수(VEI) 7의 ‘밀레니엄 대분화’다. 당시의 분화는 한반도에 큰 피해를 주었으며,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부석과 화산재 등 분출물의 양은 100~150km3였을 정도였다. 이때 발생한 화산분출물은 한반도 전체를 약 0.5m 두께로 골고루 덮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에 윤성효(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당시 분화 규모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화쇄류(화산에서 분출한 화산 쇄설물과 화산 가스의 혼합물이 빠르게 흐르는 일)의 확산 범위인 반경 80km 이내의 모든 동식물은 다 죽었을 것”이라며 “이 분화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다 사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백두산이 밀레니엄 분화처럼 크게 폭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먼저 백두산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발생하면, 화산재 기둥인 ‘분연주’가 하늘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곧바로 화산재 구름을 형성하고, 하늘을 까맣게 물들인다. 그 후 분연주와 화산재 구름에서 화산재가 낙하하게 된다. 이때 발생한 화산재는 호흡기 질환자를 속출시키며 항공기의 운항로인 성층권까지 도달해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다.

또한 화산이 분화하면 백두산 천지의 물과 화산 분출물이 뒤섞인 ‘라하르’도 발생하게 된다. 라하르는 화산 분출로 쌓인 화산쇄설물이 물과 뒤섞여 사면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칼데라(화산 폭발 후 빈 마그마방으로 인해 화산 일부가 무너지면서 생긴 분지) 분화구를 둘러싼 외륜산을 부수게 된다. 이어 최대 시속 100km의 속도로 흘러넘치게 되며, 대홍수 발생으로 이어져 주변 지역을 초토화 시킨다. 이외에도 백두산 분화는 고온 화쇄류의 발생, 화산가스의 방출, 용암류의 발생 등 근접화산재해로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백두산 분화의 피해 규모는 동북아시아로 확장될 만큼 굉장히 넓어 인도주의적인 측면을 무시하면 안된다”며 “백두산 연구에 국제사회가 동원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안현경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