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만 요란한 청년정치, 이번에도 ‘컷’ 당한 청년들 (한성대신문, 554호)

    • 입력 202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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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07 13:52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가 진행된다. 여야 모두 민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 연령이 기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지면서 청년 유권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각 정당에서는 청년정책 공약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청년 인재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무색하게 각 정당에서 청년 후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9일, 21대 총선 후보등록 마감 결과 전국 253개 지역구의 등록자 1,118명 중 청년층인 20~30대 후보자는 71명으로, 전체의 6.4%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 역시 17대 총선에서는 49.7세였지만 18대 50.8세, 19대 52.9세, 20대 53.8세로 상향추세를 보이며, 21대 총선에는 56.5세로 가장 높은 연령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청년 없는 청년정치

여야가 ‘청년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대 총선부터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이 화두로 떠올랐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앞다퉈 ‘청년 영입’ 경쟁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선거에 입후보를 결심하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선거에 나가기 위해 기탁금 1,500만 원을 포함해 그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지만 청년에게 그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예비후보자 2,488명 중 20대~30대 후보자는 110명으로 4.4%뿐이었다. 이들이 모두 총선 최종후보자 1,118명에 들었다 하더라도 9.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역·다선의원에 밀릴 수밖에 없는 각 당의 구조와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동수(정치크루) 대표는 “청년이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현역에게 도전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그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선거제도는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한편, 엄격하게 선거운동을 규제하기 때문에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조성주(정치발전소) 대표 역시 “청년들이 정치적 경험을 충분히 쌓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한정돼 있다”며 “청년정치인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젊은 신인들이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텃세에 밀린 청년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정당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을 위한 청년전략공천지역, 청년벨트 등 여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전략공천지역을 지정하고 젊은 정치인을 공천했지만, 이에 반발한 지역구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을을 청년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해 장경태(37) 전국청년위원장과 김현지(33)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코로나19대책추진단 부단장이 경선할 예정이었지만,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한 민병두(61)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민 의원은 “인지도 부족한 청년 후보로는 경선에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출마해 이기는 것이 당을 위한 것”이라며 출마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수도권에서 젊은 층 인구 유입이 많았던 8개 지역을 청년 벨트로 묶어 청년 후보들을 우선 추천하도록 했다. 청년후보자에게는 퓨처메이커(FutureMaker), 미래 창조자라는 이름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퓨처메이커 2명의 공천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김소희(미래당) 공동대표는 “수도권은 지역색과 정치색이 뚜렷해 기성 정치인이나 정당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출마해 그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청년에게 좋은 자리는 내주기 싫어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장벽 넘으려는 청년들

그럼에도 청년들은 끊임없이 정치에 도전하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나설 수 있도록 공약을 요구하거나 청년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당과 전국대학생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가 청년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이 많은 청년 문제에서 이미 증명됐다”며 “청년 공천 비율을 대폭 증가시키고 비례대표·전략 공천 지역에 2030세대를 30% 공천해 달라”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또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 유니온 등 41개 청년단체들은 2020총선청년네트워크를 구축해 청년을 둘러싼 주거·교육·노동 등 환경적인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현재 ▲불평등세 도입 ▲교육공공성 강화 ▲주거빈곤 타파 등 총 10가지 가량의 정책 제안을 낸 상태다.

이같은 청년들의 움직임에 이 대표는 “청년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들의 시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들이 정치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정치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며 “평범한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일하면서 경험, 역량, 인맥을 쌓을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청년 문제가 정치에 반영되는 것이 더디기 때문에 청년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정당 내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형식적인 조직이 아닌 예산, 인사권을 부여해 정당 안에서 힘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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