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대체 가능해서 완벽했던 NO플라스틱 (한성대신문, 567호)

    • 입력 2021-05-10 09:10
    • |
    • 수정 2021-11-15 00:26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증가했다.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지면서 포장 및 배달 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에 크게 일조했다. 가공이 쉽고 값이 싼 플라스틱은 배달음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2주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나머지 2주는 플라스틱 없는 '노플라스틱 챌린지'를 실천해봤다.

김지윤 기자

[email protected]

조정은 기자

[email protected]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요."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플라스틱

#4월 4일, 화장품 구매하기

한성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곧장 화장품 가게에 도착한다. 매장에 들어간 뒤 로션 매대로 향한다. 매대에 있는 모든 화장품은 유리,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깨질 위험이 적은 플라스틱 제품을 선택해 바구니에 담는다. 클렌징 패드도 구매하기 위해 로션 매대 뒤편으로 향한다. 클렌징 패드 용기 역시 플라스틱이다. 물건을 바구니에 담은 후 계산대로 이동한다. 그러다 문득 집에 있는 다 쓴 화장품들이 떠오른다. 처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할 뿐이다. 구매한 화장품을 가방에 넣으며 가방에 넣으며 화장품 가게 밖으로 나간다.

#4월 6일, 커피 주문하기

신문사에 출근 후 기자들과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배달 어플을 켠다.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배달 어플 장바구니에 담는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음료를 주문하는 기자도 보인다. 대략 30분이 지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달 기사 양손에 음료가 가득 들려있다. 물건을 받은 후 봉지에서 음료를 꺼내 보니 총 9개의 음료가 보인다. 8개의 아이스 음료는 컵과 뚜껑 모두 플라스틱으로 이뤄졌다.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에 담겨져 있지만, 뚜껑은 플라스틱이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플라스틱 빨대를 들고 자리로 간다. 책상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기자들 모니터 옆에 다 마신 플라스틱 음료 컵과 빨대가 2~3개씩 놓여있다. 사물함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도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다.

#4월 12일, 택배 정리하기

'띵동'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주말에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바디워시가 배송됐다는 문자다. 무인택배함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1층에 도착하니 무인택배함이 보인다. 무인택배함 한쪽에는 많은 사람의 택배 물품이 대략 2~30개 정도 쌓여있다. 택배 상자를 들고 방에 도착해 상자를 커터칼로 개봉한다. 개봉된 상자 안에는 에어캡이 바디워시를 감싸고 있다. 에어캡을 제거하자 모습을 보이는 바디워시, 이마저도 플라스틱 용기다.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설치된 잠금장치도 플라스틱이다. 택배에서 나온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는다. 어느덧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

#4월 17일, 배달음식 시켜 먹기

룸메이트와 마라탕을 먹기 위해 배달 어플을 다시 켠다. 중국집 키워드를 클릭한 후 마라탕 맛집을 찾아본다. 맛집에서 추가할 재료를 선택한 뒤 장바구니에 담는다. 45분이 지난 후 전화벨이 울린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달을 받으러 1층으로 내려간다. 음식을 받고 방에 도착해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대략 15cm 높이의 플라스틱 용기에 마라탕이 담겨 있다. 가게에서 보내준 단무지 용기와 일회용 숟가락도 플라스틱이다.

우리 일상 속에 플라스틱이 이렇게도 많이 침투해 있는데, 내일부터 플라스틱 없이 생활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하다.



▲14일 동안 모은 플라스틱

플라스틱과 떨어진 14일

# 4월 19일, 음식 포장해서 먹기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해 무인주문대 앞에 선다. 소금구이 덮밥을 선택한 뒤 결제를 한다. 곧바로 식당 직원에게 달려가 미리 가져간 도시락통을 건넨다. 도시락통에 주문한 덮밥을 담아 달라고 요청을 한 뒤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띵동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주문번호가 끈다. 번호표를 들고 덮밥 구역으로 향한다. 쟁반 위에 있는 도시락통을 챙겨 식당을 나온다.

# 4월 22일,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테이크아웃 하기

신문사 출근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교내 커피전문점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함과 동시에 텀블러를 꺼낸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함과 동시에 텀블러를 카페 사장에게 건네며 말한다. "커피는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일회용 빨대는 안 주셔도 됩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커피를 기다린다. 옆 테이블에는 따뜻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이 플라스틱 뚜껑으로 덮여 올려져 있다. 대략 4분 정도 지나 기자가 주문한 커피가 텀블러에 담겨 나왔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모습



# 4월 26일, 음료 만들어 먹기

오후 3시쯤 갑자기 음료가 마시고 싶어졌다. 음료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이동한다. 편의점 통유리 안에 들어 있는 70% 이상의 음료는 플라스틱 제품이다. 평소라면 비닐에 담겨있는 음료와 함께 플라스틱 얼음 컵을 구매했겠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음료를 직접 만들어 먹기로 결심하고 편의점을 나선다. 생활용품 매장에 가서 다회용 물통과 얼음판을 집어 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음판에 물을 넣고 냉동실에 얼린다. 2시간쯤 흘렀을까, 얼음이 모두 얼었다. 곧바로 물병에 얼음 5개를 담는다. 쥬시쿨을 꺼내 의자에 앉은 뒤 얼음 위에 음료를 붓고 한 입 들이킨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모습

#5월 1일, 제로웨이스샵 방문하기

플라스틱 없는 제품을 사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샵에 방문한다. 매장에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등이 그것이다.

매장을 둘러본 뒤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고체치약은 씹어서 양치질을 하는 방식이라 왜인지 거부감이 든다.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운영자가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며 말한다. "고체치약은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양치질이 잘 안 될 것 같지만, 직접 사용해보시면 거품도 잘 나고 오히려 간단해서 편리하실 거예요"

저녁을 먹은 뒤 양치질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종이로 포장된 고체치약과 대나무 칫솔을 꺼낸다. 고체 치약의 통은 스테인리스고, 대나무 칫솔의 손잡이는 대나무다. 그 어디에도 플라스틱은 없다.

▲제로웨이스트샵에서 고체치약을 구매하는 모습

예상외로 노플라스틱 챌린지 2주간 불편함이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플라스틱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4월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사용한 플라스틱 개수는 총 36개다. 하루에 2개 이상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오늘은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지 20일째다. 신문사 출근을 위해 가방을 챙긴다. 노트북, 에어팟, 텀블러, 고체치약··· 이제는 텀블러와 고체치약을 외출할 때 챙기지 않으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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