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쓰레기 없는 그날까지 (한성대신문, 567호)

    • 입력 2021-05-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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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1-15 00:26

사용은 5분, 분해까진 500년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실천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말 그대로 쓰레기가 없다는 의미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목표는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 모든 쓰레기의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산업화 이후 1970년대 브라질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수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다시 대두됐다. 녹색연합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배달음식 주문량은 270만 건이며, 플라스틱 배달용기 쓰레기(주문 시 최소 3개) 발생량은 최소 830만 개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884t ▲2019년, 7,430t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플라스틱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서도 ▲2021년 1월, 809t ▲2021 2월, 839t ▲2021 3월, 868t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경(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이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게 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욱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러 환경단체에서는 꾸준히 증가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사용 감축 퍼포먼스, 환경운동연합의 과자 트레이 플라스틱 퇴출 퍼포먼스, 녹색연합의 배달 플라스틱 문제 줄이기 퍼포먼스 등이 그것이다.

지난 2월 9일에는 대학생연합환경동아리 에코로드(이하 에코로드)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비닐로 과대포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마트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어택’ 퍼모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재원(에코로드) 대표는 “퍼포먼스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는 결국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는 것을 대형마트에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실제로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중 9%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근(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경(제로웨이스트샵 순환지구) 운영자는 “미세플라스틱이나 일반쓰레기 등이 바다로 방출될 경우 동물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며, “환경오염은 결국 우리에게 피해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배출량 증가 시 가장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 잘 썩지 않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500년 정도다. 배 교수는 “플라스틱이 자연계로 방출돼 축적될 경우 사회적으로 많은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실천, 제로웨이스트

많은 사람이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운동 실천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최초로 공유한 미국 여성 비 존슨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5R 실천법’을 제시했다. 실천법에는 Refuse(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Reduce(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 Reuse(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 Recycle(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 Rot(자연에서 잘 썩는 제품 사용하기)가 있다.

그녀는 2019년에 tvN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커버스토리에서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받는 작은 증정품을 거절하거나, 명함을 받지 않는 등 제로웨이스트를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비 존슨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4인 가족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의 양은 작은 유리병에 다 담길 정도였다.

▲비 존슨이 1년간 배출한 쓰레기 양(사진 출처 : tvN)

우리는 카페 이용 시 개인용 텀블러 사용하기, 음식을 배달할 때 일회용품 수저 및 포크 거절하기, 쓰레기 분리배출하기 등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쉽게 실천할 수 있다. 김 운영자는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여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 대나무 칫솔이나 샴푸바 등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구매해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용 텀블러 사용하기, 배달음식 주문 대신 직접 도시락 용기에 음식 담아가기 등 작은 실천부터 부담갖지 말고 시작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운영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다. 화장품 공병, 카페 일회용컵, 배달음식 주문 시 제공하는 플라스틱 용기 등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개인용 도시락 용기를 항상 들고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도 다른 사람에겐 꼭 필요한 물건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지금 곧바로 실천 가능하다."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일상 속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김 운영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꼭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소비 비용, 음식물 쓰레기 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이 오늘 버린 쓰레기는 얼마나 되는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쓰레기는 얼마나 되는지 곱씹어보자.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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