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백화점, 놀이공원 허위 폭탄 테러 예고.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속출하는 트롤링 현상 가운데 하나다. 트롤링(Trolling)은 상대를 자극해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상을 고의적으로 모욕하거나 거짓 정보를 흘리는 행위다. 초기의 트롤링은 단순한 농담에서 출발했으나, 반복과 모방을 거치며 이용자들 사이에서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청년의 일상적인 언어와 사고 체계에 은연중에 스며들고 있기도 하다. 본지는 현재 트롤링이 소비되는 방식과 청년의 사고에 미친 영향, 나아가 혐오 담론의 생성과 확산, 그리고 그 파장이 무엇일지를 살펴보고자 해당 기사를 송고한다.
혐오, 재미로 둔갑하다
트롤링은 소위 ‘낚시질’에서 진화된 행위의 일종이다. 트롤링의 어원은 낚시 용어에서 비롯돼 ‘미끼를 끌고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낚시법’을 의미한다. 가벼운 농담을 미끼로 삼아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며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형태다. 논란이 될 만한 제목과 내용의 글을 올리고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어그로’와 유사해 보이지만, 어그로가 관심을 끌기 위한 단발적 행위라면 트롤링은 상대의 화를 즐기며 반응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트롤링은 인터넷 유머 커뮤니티에서 정보 공유와 공동체적 유희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기능했으나 익명 커뮤니티의 확장과 함께 점차 타자를 겨냥한 혐오 발화로 변질됐다. 초기 이용자들은 서로를 속이고 분노시키는 반응을 공유하며 ‘속았다’는 경험 자체를 놀이처럼 즐겼다. 그러나 자극적 요소와 익살스러운 무논리를 통해 청년에게 빠르게 퍼지며 극단적인 공격 수단으로 변모했다. 정태의(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초창기 인터넷과 달리 현재는 각각의 세력을 이루고 불특정 대상을 겨냥해 싸움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사고 체계를 와해시키다
유희와 혐오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트롤링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소비될 수 있다. ▲그리핑(Griefing) ▲플레이밍(Flamming) ▲레이딩(Raiding)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그리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갖는 규칙을 의도적으로 어기거나 전복해 다른 참여자가 느끼는 몰입·즐거움·공동체적 환상 등을 해치는 행위를 뜻한다. 규칙을 악용하고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상대가 화를 내거나 욕설을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끌어낸다. 부모 등 가족에 대한 욕설, 이른바 ‘패드립’을 게임 도중에 퍼부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거나, 고의적으로 중도 이탈해 팀을 패배로 몰아가는 행위가 일례다.
플레이밍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언어적 트롤링으로 논쟁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언어 행위를 말한다. 그 구체적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상대방의 논리에 대응하기보다 정체성·능력·소속 집단을 직접 겨냥하는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밍은 대체로 인신공격, ‘~충’ 등의 경멸적 비하, 노골적 욕설 등 혐오를 표출한다. 그러나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온라인 공동체의 토론 질서를 붕괴시키고 집단을 극화하려는 기제로 작용한다.
레이딩은 집단적인 파괴 행위로 익명의 다수가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겨냥해 게시물 도배, 악의적 댓글 작성, 조롱 이미지 게시 등 집단적으로 교란을 수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플레이밍은 개인 간의 언어적 충돌에 가까운 반면, 레이딩은 집단이 특정 공간을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습격 행위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정 교수는 “일부 트롤러는 같은 방향성을 지닌 커뮤니티의 집단 연대감을 기반으로 특정 존재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술한 세 가지 요소는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동시에 분열시키고, 창의적 문화 자원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혐오와 갈등을 재생산하게 만든다. 예컨대 그리핑의 방식은 기존 규칙을 파괴하거나 비트는 과정에서 손쉽게 새로운 ‘밈(meme)’을 생산한다. 이는 커뮤니티 문화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성은 종종 특정 집단에 대한 조롱이나 혐오 발화에 기반하기에,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형태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을 조롱하는 행위가 어떻게 재미로 소비될 수 있는 것일까. 트롤러는 타인을 조롱하거나 집단의 규칙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감각, 곧 유능감을 확인하려 한다. 인간은 자율성·유능감·관계성 등의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본능적으로 결핍을 보완할 수단을 찾는다. 온라인은 접근이 쉽고 부담이 적은 대체 수단으로 기능하고, 익명성은 이용자를 완전히 타자화한다. 그 결과 트롤러는 자기 우월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타자화된 이용자를 활용하게 된다. 한희정(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는 “익명성에 기대어 현실에선 결핍됐던 욕구가 반대급부로 활발해질 수 있다”며 “이때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원인이 돼 더 적대적인 행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청년층은 집단적 소속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트롤링에 쉽게 동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놀이 문화로 수용된 트롤링이 유튜브 등의 SNS를 기반으로 확산되며 행동 양식이 관행으로 자리 잡는, 이른바 문화적 일관성으로 이어진다. 청년층은 트롤링을 주고받으며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그것을 유행어처럼 다시 소비한다. 결국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농담과 조롱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소속감과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매개로 작용하며, 청년 사회 전반에 빠르게 파급되는 형태다.
현실로 비집고 나오다
과거 온라인 공간에서만 확인되던 트롤링이 현실 세계로 퍼지고 있다.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만 존재하던 트롤링이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 않은 이들의 사고 체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집단적 사고 체계가 농담, 과장, 허위 유포 등으로 왜곡되면서, 사실 검증 없이 언론·정치·대중문화까지 확산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발화자는 사실 전달이 아닌 농담과 과장이 섞인 트롤링 발언을 논리인 양 제시하고 정보가 아니라 밈의 유희를 먼저 해석한다.
양지로 등장한 트롤러들은 교묘하게 논리의 중심을 비껴가며 극단적 사고를 담은 주장을 내놓는다. 이들은 직접적인 사실 검증이나 정면 대응을 회피하면서도 상대의 논지를 무력화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주장의 핵심을 겨냥하기보다는 주변부를 과장하거나 일부만 왜곡해 논리를 비트는 방식으로 대화의 균형을 흐트러뜨린다. 안양대학교 영미언어문화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연 학생은 “토론 강의에서 누군가가 상대방의 주장 중 일부만 과장해 엉뚱한 결론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상술한 사실 검증이 미비한 채 확산되는 문화적 일관성은 책임 소재를 소거하며 심화된다. ‘~아님?’, ‘~인 듯’과 같은 추측성 표현으로 인해 왜곡된 사실은 농담이라는 발언으로 공격의 책임을 소거하게 되는 구조다. 김영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강사는 “온건한 의견을 지니던 사람도 집단적인 역동 속에 있을 시 소위 말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을 따라 극단적인 방향으로 태도가 변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사고가 결여될 경우 청년이 트롤링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왜곡과 과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를 비판적으로 걸러내기보다는 일상적인 농담이나 습관적 표현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개인이 스스로 논리적 판단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실제로는 개인의 판단력이 집단적 사고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되기 때문이다. 김 강사는 “개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결의 내용만을 듣고 보게 된다”며 “사고의 고착화는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쳐 타인과의 담론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러한 담론 방식은 청년을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트롤링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청년은 극단적 사고 체계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그 결과 복잡한 사안을 다층적으로 인식하기보다 ‘맞다/틀리다’, ‘우리/남’과 같은 단순 구도로 환원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트롤링이 반복될수록 개인의 사고는 단순화되며 사회 전반의 담론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담론의 확산은 개인적 사고 체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공론장 전체의 건강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왜곡된 정보와 감정적 반응이 뒤섞이면서 담론장은 점차 변질될 수 있다. 사실에 기반한 토론보다 자극적 표현이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능이 약화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공론장이 자극적인 표현에 잠식될 경우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자신의 논리 체계에 왜곡이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트롤링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공론장을 훼손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녀 반복 노출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교수는 “플랫폼은 자극적 보상 구조를 줄이고 이용자는 스스로 비판적으로 주장을 걸러내는 이중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