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과 버스를 놓칠까 허둥지둥 카드를 꺼내 찍는 시대는 끝났다. 서울교통공사는 2027년까지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 역사에 ‘태그리스(Tagless)’를 도입할 예정이다. 태그리스는 버스, 지하철 이용 시 카드나 스마트폰을 별도로 단말기에 태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변화는 출퇴근 시간 혼잡 완화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태그리스는 사용자가 별도의 물리적 접촉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폰이나 교통카드를 단말기 가까이에 접촉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자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한 채 개찰구를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태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다. 수많은 이용객들 사이에서 개찰구를 통과하는 사람을 찾아내 결제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비콘(Beacon)’이 주로 사용된다. 비콘은 무선통신기기로 역사 천장, 게이트 안팎 등 여러 장소에 설치돼 사용자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신호로는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비콘에서 수신되는 신호를 비교해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약 10m 정도의 송신범위를 가진 일반 블루투스와 달리 비콘은 최대 50m까지 달하는 범위로 신호를 송신할 수 있다. 소재현(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콘은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경로를 따라 배치돼 블루투스 신호를 송출한다”고 말했다.
비콘의 위치추적은 ‘BLE(Bluetooth Low Energy)’를 통해 기능한다. BLE는 기존 블루투스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저전력 블루투스다. 고유한 위치 정보 등을 포함한 신호를 비콘과 스마트폰이 주고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때문에 일반 블루투스가 기기 간 연결을 위해 상시 통신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BLE는 약 0.1초에서 0.3초 간격으로 끊어서 신호를 송출한다. 이로 인해 별도의 연결 과정이 필요 없어 비콘, 스마트폰 등이 빠르게 다중연결할 수 있다. 김기형(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무선 이어폰 등으로 많이 사용하는 블루투스는 계속 연결돼 있어야 하지만 비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비콘과 스마트폰은 주고받은 신호를 바탕으로 비콘과 비콘, 비콘과 사용자 간 거리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RSSI(Received Signal Strength Indicator)’가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RSSI는 수신된 무선 신호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콘과 사용자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고, 가까워지면 강해진다. 신호가 약해질수록 음수로 수렴하며, 강해지면 0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계산된 값은 사전에 측정된 비콘 고유의 전파세기와 비교해 사용자와 비콘 간의 거리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하는 데 활용된다.
RSSI의 거리측정은 ‘삼변측량법’을 통해 더욱 정확해진다. 삼변측량법은 세 원의 교점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정하는 측량 방식이다. 먼저 역사에 설치된 각 비콘들이 비콘을 중심으로 원을 그린다고 가정해 보자. 비콘이 보내는 신호는 원의 형태로 퍼진다. 이때 사용자의 위치를 측정하면 근처에 있는 비콘들의 원과 교점을 공유하게 된다. 역사에 설치된 다수의 비콘이 이를 토대로 원을 그리면 같은 지점을 공유하는 수많은 원이 만들어진다. 각각의 위치값을 갖고 여러 비콘에서 얻은 거리 정보가 결합할수록 그 위치는 더욱 명확해지며 결과적으로 위치 추정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소 교수는 “이론과 달리 기본적으로는 3개만 놓지 않고 사람들이 입장하는 게이트의 넓이만큼 설치된다”고 덧붙였다.
삼변측량법으로 사용자가 위치한 좌표값을 도출해 내면 더욱 정밀해지도록 ‘최소제곱법’도 적용된다. 실제 환경에서는 간섭 등으로 인해 비콘 별로 측정한 사용자 위치가 다른 오차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소제곱법은 관측값과 추정값 사이의 오차를 제곱해 합한 값이다. 먼저 최소제곱법은 삼변측량법에 사용되는 각 비콘을 중심으로 한 원들의 반지름 값을 오차로 정의한다. 이후 이 오차를 제곱해 모두 더한 값이 가장 작아지도록 만든다. 오차를 그대로 더하면 양수와 음수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곱을 사용한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실제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각 측정값이 얼마나 어긋났는지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술한 과정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추출했다면, 이제 결제 과정이 뒤따른다. 사용자가 어플리케이션에 카드를 등록하면 ‘토큰화(Tokenization)’가 이뤄진다. 토큰화는 사용자의 카드번호를 암호화한 값인 토큰으로 대체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때문에 해당 암호에 접근 권한이 있는 기기만이 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역사로 진입하면 비콘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인식해 태그리스 승강장과 사용자, 단말기의 비콘 신호를 주고받아 위치를 인식한다. 승‧하차를 위해 단말기에 사용자가 진입할 경우 단말기가 스마트폰에 결제신호를 전송한다. 결제신호를 받은 스마트폰은 카드사로 토큰 정보를 포함한 결제 승인 요청을 전송해 카드사의 승인이 완료되면 요금이 자동정산된다.
다만 태그리스의 지자체 간 호환성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며 접근성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난다. 태그리스가 지자체별로 상이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제조사별 결제 인식 방식이 달라 승·하차 시 이용 편의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서울시 지하철과 경기도 지하철의 태그리스 제조사가 다르면 사용하는 결제 앱도 달라진다”며 “제조사가 다르면 결제 과정이 상이해 표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태그리스 시스템의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위치 기반 블루투스 기술의 정밀도와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교통 결제를 넘어 실내 위치 추적, 스마트 시설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접촉·자동화 기반 서비스의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현정(티머니 태그리스솔루션팀) 매니저는 “향후 기술 개발로 부족한 부분들이 개선된다면 일상에서도 차량 스마트 키, 건물 출입 통제, 경기장 등 대인원 출입 통제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윤기자
이예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