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300만 원 시대’가 도래했다. ‘칩플레이션(Chip-Flation)’으로 인해 CPU, RAM, SSD 등 반도체 가격이 출렁이며, 노트북 공급과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6 프로’의 가격은 최대 351만 원으로, 전작 대비 최대 25%가량 증가했다. 작디작은 부품의 하나의 가치가 왜 이렇게까지 치솟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섬세하고도 복잡한 구조를 함께 살펴보자.
노트북은 크게 ▲CPU (Central Processing Unit) ▲RAM ▲보조기억장치 등이 연산•정보 저장 등을 처리하며 작동된다. 각 장치는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연산과 저장 기능을 수행한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CPU가 명령어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RAM은 필요한 데이터를 연산하고, 보조기억장치는 해당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보관하면서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구글에 접속하면 CPU가 사이트를 열도록 처리하고, RAM은 사이트에서 열리는 화면 정보를 잠시 담아 빠르게 보여주며, 보조기억장치는 검색 기록이나 로그인 정보를 보관하는 방식이다.
먼저 CPU는 노트북의 중앙처리장치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실행 과정 전반을 담당하는 핵심 장치다. 다시 말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며 RAM과 저장장치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전체 시스템의 동작을 제어한다. 프로그램이 전달하는 작업 지시 명령을 읽어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도 여기서 이뤄진다. 김형진(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CPU의 성능이 높을수록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이 향상돼 시스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CPU가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는 시스템 내부의 제어 신호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작업이 선행된다. 이 과정에서 ’명령어 사이클(Instruction Cycle)’이 작동한다. 명령어 사이클은 CPU가 하나의 지시인 명령어를 처리하는 기본 절차다. CPU는 명령어 사이클에 따라 프로그램에 포함된 명령어를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먼저 명령어를 인출해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해석한 뒤 데이터 이동을 실행한다. 이러한 절차가 극히 짧은 시간 단위로 반복되면 연산과 데이터 처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 프로그램이 의도한 기능이 안정적으로 구현된다. 강명곤(서울시립대 지능형반도체학과) 교수는 “CPU는 명령어를 초당 수억 번 단위로 불러와 연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CPU가 명령어를 처리하면 ‘RAM’이 데이터를 받아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연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RAM은 컴퓨터가 실행 중인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며 노트북에 탑재된 여러 개의 RAM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해석•계산한다. 쉽게 말해 RAM은 CPU의 명령을 빠르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작업대와 같다. 노트북에는 여러 개의 RAM이 존재하는데, 이 RAM 사이에서 데이터를 서로 빠르게 주고받으며 명령어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RAM의 성능이 높을수록 더 많은 비트를 동시에 주고받으며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RAM에 전달된 데이터가 서로 오가며 정확하게 전달되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때 활용되는 정보 표현 방식이 비트(bit)다. 비트는 데이터를 전압의 세기로 구분하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다. 전압이 높은 상태는 1, 전압이 낮은 상태는 0으로 구분되는 형태다. 즉 CPU의 명령을 넓은 여러 개의 작업대에서 동시에 처리한다는 의미다. 강대환(POSTECH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우거나 문서 작업과 영상 재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도 RAM이 충분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달된 비트값은 실제 프로그램 동작을 구분하고 실행하는 기준이 된다. 컴퓨터 활용 과정에서 모든 작업은 0과 1의 비트값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RAM은 명령어의 비트값이 서로 같은지 다른지, 특정 조건에 맞는지를 빠르게 비교해 각각의 작업을 구별한다. 구분된 비트값은 명령어를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또 다른 RAM으로 보내진다. 강 교수는 “컴퓨터는 여러 신호를 조합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이를 다시 저장하거나 다음 처리에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또 다른 RAM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비트값은 ‘비트라인(Bit Line)’을 통해 이동한다. 비트라인은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통로로, 전압의 높고 낮은 상태를 실어 나른다. 특정 비트값이 구분되면 비트라인을 따라 흐르며 다른 RAM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RAM 내부에서는 이렇게 전달된 전압 상태를 감지해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다시 불러오는 과정에 활용한다. 비트라인은 RAM과 RAM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핵심 경로라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비트라인은 RAM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첨언했다.
비트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전하의 이동은 ’워드라인(Word Line) 신호에 의해 제어된다. 워드라인은 RAM에서 1비트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특정 메모리 셀(Cell)의 동작 여부를 결정하는 신호다. 비트라인에서 워드라인으로 전압이 전달되면 셀이 전달된 전하를 받아들이거나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전하의 상태에 따라 메모리 셀에 저장될 비트값이 결정되고, 최종적으로 노트북에서 어떤 창이 띄워질지 결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강 교수는 “워드라인은 어떤 셀을 켤지 결정하는 신호”라며 “전하 이동을 통해 비트값이 정확히 기록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RAM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임시저장장치이므로 전원이 꺼진 이후에도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보조기억장치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보조기억장치 중 하나인 ’SSD(Solid State Drive)’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구조로, 시스템의 대용량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저장한다. 프로그램, 사용자 파일 등 컴퓨터 작동에 필요한 핵심 정보가 저장되는 공간으로, 시스템 안정성과 데이터 보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 교수는 “GB(기가바이트)와 TB(테라바이트)가 높을수록 노트북의 저장 공간이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SSD 저장 원리의 핵심에는 전자를 가두는 공간인 ’플로팅 게이트(1cating gate) 구조가 있다. 전자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잡아 두느냐에 따라 데이터의 유지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자를 저장해 두기 위해 플로팅 게이트는 본래 전류가 흐르는 전극이지만, 절연체가 둘러싸고 있는 특수한 형태를 갖는다. 전자를 저장할 때는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가해 전자가 절연층을 넘어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후 사방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자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전원이 꺼지더라도 절연막이 전자의 이동을 막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 남아 있는 전자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며 데이터가 보존되는 것이다. 강 교수는 “SSD는 전자를 물리적으로 가둬 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섬세한 작업 기술로 인해 공급망에 한계가 있어 반도체 가격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공급망 불안정성을 줄이려 생산 거점을 분산하고 현지 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김 교수는 “반도체 가격 상승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해외 공급망 구조와 직결된다”며 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분산시키는 등의 점진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 비용을 낮추면서 성능을 높이는 차세대 칩 개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속도 등의 한계를 개선하거나, 전자의 성질 변화 특성을 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다. 강 교수는 “RAM에 일부 연산 기능을 추가하는 PIM(Process In Memory)이나 CIM(Copute In Memory)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몇 년 내 일부 분야에서 시범 적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임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