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풍은 우이신설을 타고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1-13 00:00
 최근 아침마다 얼굴에 닿는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지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 탓일까. 두꺼운 코트나 롱패딩을 꺼내입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 아니다. 이처럼 가을이 선뜻 다가오자 고속도로는 ‘단풍구경’을 가는 차량들로 주말마다 북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학생에게는 이마저도 ‘큰맘’을 먹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 좋은 단풍이 팔도에 이름난 명산에만 필리는 만무한 일. 단돈 1,250원으로 단풍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번 9월에 개통된 우이신설 경전철은 강북구, 성북구를 거쳐 동대문구 신설동역까지 이어져있다. 경전철이 개통된 주요 목적은 강북구와 성북구 시민들의 출퇴근을 돕는 것이다. 경전철의 노선도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노선이 북한산 일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산우이’, ‘북한산보국문’ 등 북한산이 들어가 있는 역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북한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 역들도 그 일대에 위치한 만큼, 어느 역에서 내리더라도 북한산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멀지 않다.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북한산에는 ‘둘레길’이라는 산책 코스가 갖춰져 있다. 둘레길은 일반적인 등산로와 다르게 아스팔트 도로와 바로 맞닿아 있어, 무심코 걷다보면 산책로인 것조차 모르고 지나칠 정도다. 북한산 둘레길에는 총 21가지 코스가 있는데, 코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북한산보국문역과 가장 가까운 ‘솔샘길’은 21개 둘레길 코스 중 4번째 코스다. 이 길은 비포장도로가 아니라, 목재로 포장된 도로라 보행에 용이하다. 경사도 완만해 산책을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첫
방문이라 길을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곳곳에 안내판이 있거니와, 다른 길로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 길만의 새로운 매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샘길에 진입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풍경은 산책로 옆에서 도토리를 주워 먹고 있는 청설모들의 모습이다. 둘레길의 야생동물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익숙한지, 사진을 찍거나 옆에서 구경해도 그저 먹는 일에 여념이 없다. 청설모를 뒤로 하고 계속 길을 가다보면, 산책객을 위한 시설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숲속의 쉼터’라고 불리는 북카페다. 특이한 점은 이 북카페가 실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책로 중간의 넓은 공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따로 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서 누구나 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산책을 하다가 힘들 때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쉬어가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둘레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그동안 거리가 멀어서, 산에 오르기 힘들까봐 가을 산을 찾지 않았다면, 이번 주말을 이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우이신설 경전철을 타보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북한산 둘레길을 산책한다면 당신의 가을도 어느새 단풍처럼 울긋불긋 물들 것이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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