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총장 직선제, 대학 민주화 신호탄 될까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0:00
상향식 직선제 채택 대학 다수…“학내 구성원 의견에 무게 실어야”

 지난 11월 13일, 안드레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 전 총학생회장이 총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안 전 회장은 “한태식 총장은 개인 명예훼손으로 학생들을 고소했으며 그 비용을 교비에서 지출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려 학생들을 탄압했다”며 한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총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총장 직선제’ 전환을 외치는 학교는 동국대만이 아니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전체 구성원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난 후로 대학가까지 민주화 의식이 전이되며 물꼬를 튼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학사관리 비리로 사임된 이후인 2017년, 이화여대는 사립대학 중 최초로 학내 구성원이 총장 후보자를 직접 투표로 추천하는 총장 직선제를 채택해 시행했다. 이를 계기로 성신여자대학교, 상지대학교(이하 상지대) 등 일부 사립대학도 연이어 총장 직선제를 선언했다.

정권 교체를 기점으로 번져가는 총장 직선제
 기존 대학 사회에서 총장 선출은 교수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투표로 후보를 추천하는 수준일 뿐 최종 결정은 국립대의 경우 교육부가, 사립대의 경우 이사회가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일부 대학에서 공금 횡령, 인사 비리 등 비민주적인 운영 실태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최근 총장 직선제를 실현한 상지대 역시 총장이 인사권 남용으로 구속되어 ‘비리사학’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내에서도 “총장을 학생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더해 작년 8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하 장관)이 국립대 총장 선출 자율화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총장 직선제 도입에 활력이 붙었다. 이로 인해 올 한 해 동안 국립, 사립 할 것 없이 총장 공석 상태에 있던 많은 대학들이 직선제를 통해 빠르게 총장을 선출했다. 이에 대해 이승준(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 크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은 “이전 정부 시절, 국립대의 총장 임용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자신들과 신념이 맞지 않는 총장의 임명을 거부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여러 국립대 총장직이 공석이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제재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총장 선출 자율화를 선언하고 대학 구성원에게 총장 선출을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교육부·이사회의 최종 선임 권한 제한해야
 총장 직선제는 크게 상향식 직선제와 하향식 직선제로 나뉜다. 상향식 직선제는 교수, 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이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하향식 직선제는 교육부·이사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학내 구성원이 투표를 통해 최종 선출하는 방식이다. 하향식 직선제를 채택하는 대학은 공통적으로 폐쇄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거나, 이사회의 힘이 막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향식 직선제는 처음부터 학내 구성원의 의견보다는 교육부·이사회의 의견에 무게를 두고 시행되므로, 현재 총장 직선제를 시행 중인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상향식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향식 직선제가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시행된 상향식 직선제는 총장 후보자의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아, 지지율에 관계없이 2순위 혹은 3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최종 결정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메우기 위해 김 전 장관이 언급한 ‘순위를 명시한 후보자 추천’이 보완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학내 구성원이 선거로 추려진 복수의 후보자에 득표율 순위를 매겨, 교육부 및 이사회의 총장 최종 선임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학내 구성원이 총장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두면, 교육부가 1순위 후보 대신 2, 3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만약 그들이 2, 3순위 후보 를 선임하려 한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 학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학내 구성원의 총장 선출 투표 반영 최소·최대 비율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표 반영률이 보장되지 못하면 교육부·이사회에서 유권자 수를 줄여 형식적인 직선제를 치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해광장에 위치한 11m 높이의 조명탑에서 안드레 동국대학교 전 총학생회장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재학생들도 지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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