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검사 방식 다변화
DBS 도입으로 편의 높여
질량분석으로 물질 구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 막을 올렸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기 종료 후 도핑검사를 실시한다. 도핑이란 스포츠 분야에서 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주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도핑의 수법도 다양해지면서 이를 적발하기 위한 도핑검사 기술도 나날이 정밀해지고 있다.
도핑검사는 운동선수에게서 채취한 혈액 이나 소변 등에 금지약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도핑검사는 시료를 채취한 뒤 물질을 분리하고, 분리된 물질의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과정이다. 과거 도핑검사는 대부분 소변을 채취해 진행했다. 그러나 단백질 등의 물질은 소변만으로 검출되기 어려워 최근에는 혈액을 활용하기도 한다. 혈액은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을 직접 확인하기 용이한 이유에서다. 이원재(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레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도핑검사는 소변검사가 가장 일반적이었지만 소변으로 검출하기 어려운 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가 주로 활용된다” 고 말했다.
혈액을 이용한 도핑검사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에는 소량의 혈액만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는 건조혈반(이하 DBS) 방식이 주로 이뤄진다. DBS 방식은 ▲DBS ▲액체크로마토그래피(이하 LC) ▲고분해능 질량분석법(이하 HRMS) 등의 기술이 연계돼 작용한다. 먼저 DBS는 피부 내 모세혈관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한 뒤 흡수성 지지체* 에 묻혀 건조시키는 시료 채취 방식이다. 김호준(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콘트롤센터) 책임전문원은 “건조혈반은 기존 혈액 도핑검사보다 채취하는 혈액의 양이 적어 운동선수의 부담을 감경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DBS는 피부에서 혈액을 채취하면서 시작된다. 혈액은 손가락이나 팔뚝 등에 미세 천자를 가해 소량의 모세혈을 채취한다. 혈액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카페인이나 테스토스테론 등 다양한 저분자 물질**이 공존한다. 채취한 혈액을 흡수성 지지체에 떨어뜨리면 혈액은 용지에 서서히 스며든다. 이후 혈액은 자연 건조되면서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증발하고, 분석 대상 물질은 지지체에 남게 된다. 시료를 건조한 상태로 만들어 화학적 반응이나 미생물의 활동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보관·운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성창민(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 콘트롤센터) 책임연구원은 “자연건조는 열이나 급속 건조로 일부 물질이 변성·분해되는 것을 막아 성분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DBS 시료가 준비되면 LC를 활용해 시료 속 여러 물질 중 금지약물 성분을 분리한다. LC는 시료 속 물질이 서로 다른 속도로 이동하는 성질을 이용해 각 물질을 분리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동상’과 함께 ‘고정상’이 함께 채워진 관에 시료를 통과시키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동상은 물이나 메탄올 등의 용매를 섞어 만든 액체로, 시료 속 물질을 운반한다. 고정상은 관 안에 촘촘하게 채워진 작은 입자 형태의 물질로, 시료 속 물질과 상호작용한다. 성 책임연구원은 “고정상은 작은 입자에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물질을 붙인 형태로, 시료 속 물질과 상호작 용하며 물질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상과 고정상에 대한 친화도***의 차이에 따라 시료를 구성하는 물질이 분류된다. 분자 구조, 전하 상태 등에 따라 고정상에 대한 친화도가 더 높은 물질은 고정상과 더 강하게 끌어 당겨진다. 이에 이동상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고정상에 오래 머물게 돼 관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반대로 고정상보다 이동상에 머무르려는 성질이 강한 물질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물질마다 고정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혼합물에 섞여 있던 성분들이 차례로 분리된다. 이때, 고정상에 머무르는 시간을 ‘머무름 시간’이라고 일컫는다. 성 책임연구원은 “고정상을 선호하는 물질은 느리게, 이동상을 선호하는 물질은 빨리 빠져 나오면서 시간차로 분리된다” 고 말했다.
LC를 통해 분리된 물질은 HRMS를 통해 최종 구분 단계를 거친다. 분리된 물질은 이온화 과정을 거친 후 질량분석기로 이동한다. 질량분석기는 LC에서 분리된 물질을 이온으로 만든 뒤, 이온의 ‘질량 대 전하비(m/ z)’를 측정해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는 장비다. 따라서 분석하려는 물질을 이온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온화는 고전압 전기장을 가해 분자 내 전하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하가 없는 중성 분자는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장비 내부에서 움직임을 조절하거나 물질 간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온화 과정을 거친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어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김 책임전문원은 “LC를 거쳐 이온화되면 전하가 생겨 질량분석기 내부에서 전기장 등의 힘에 의해 이동한다”며 “양이온과 음이온을 구별해 장비 내부로 들여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의 이온화 과정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HRMS 과정이 시작된다. HRMS는 이온의 질량 대 전하비를 높은 정밀도로 측정해 질량이 매우 비슷한 물질도 구분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질량 대 전하비는 이온의 질량을 전하량으로 나눈 값으로, 이온이 질량분석기 내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같은 전하를 가진 이온이라면 질량이 가벼울수록 상대적으로 쉽게 가속되고 무거울수록 같은 힘을 받았을 때 움직임의 변화가 작게 나타난다. 성 책임연구원은 “HRMS는 소수점 넷째 자리 까지 질량을 측정할 수 있어 질량이 비슷한 물질을 구별하고 가능한 분자식을 좁히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HRMS의 대표적인 방식인 ‘TOF(Timeof-Flight)’는 이온을 같은 에너지로 가속한 뒤 검출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한다. 같은 전하를 가진 이온이라면 질량이 가벼운 이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검출기에 도달하고 무거운 이온은 더 늦게 도달한다. 따라서 측정된 비행 시간을 바탕으로 이온의 질량 대 전하비를 계산할 수 있다. 성 책임연구원은 “정확한 질량을 측정한 후 동위원소 패턴과 조각화 정보, 머무름 시간 등을 종합해 물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LC와 HRMS를 거치면 금지약물 물질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LC에서 나타난 머무름 시간과 HRMS에서 얻은 정확한 질량 대 전하비를 함께 비교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금지약물 물질은 고유한 머무름 시간과 질량 대 전하비가 나타난다. 따라서 시료에서 측정된 값이 해당 금지약물 물질의 기준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해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김 책임전문원은 “질량분석에서는 이온의 질량 대 전하비를 확인하고, 앞선 LC에서 얻은 머무름 시간과 함께 비교해 물질을 확인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현재의 도핑검사만으로 모든 금지물질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금지물질마다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과 농도가 다르다. 또한 새로운 물질이 등장하면 기존의 검사법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검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람(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악용한 새로운 도핑 방법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도핑 방법을 구현하고 감지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펩타이드처럼 체내 농도가 매우 낮아 검출이 어려운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LC와 HRMS를 결합한 분석법을 연구 중이다. 또한 DBS 역시 분석 가능한 금지물질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기존 소변 및 혈액 검사를 보완하는 검사 방식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이원재 교 수는 “테스트의 정밀성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줄여 검사 빈도를 늘리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흡수성 지지체 : 혈액을 흡수해 고르게 퍼뜨리고 건조된 상태로 고정하는 종이나 소재
**저분자 물질 : 분자량이 작고 구조가 단순해 물이 나 유기용매에 잘 녹는 화합물
***친화도 : 둘 이상의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거나 결합하려는 성질
김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