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짧음의 파도’에 잃어가는 것들, 그리고 깊이 (한성대신문, 625호)

    • 입력 2026-09-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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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9-21 00:01

우리는 지금 ‘짧음의 파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0분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유튜브 영상들은 이젠 1분으로 잘려 나가고 있고, 사람들은 긴 글을 마주하면 한숨부터 쉰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얻어가고 있을까? 짧은 콘텐츠는 너무 효율적인 방식이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3분과 같은 ‘비어있던 시간’들은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지식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것보다 효율적인 방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콘텐츠를 향한 큰 과제 또한 남아 있다. 바로 ‘깊이’보다 ‘효율성’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짧은 콘텐츠는 긴 영상에 녹아들어 있는 맥락을 표현하기 힘들다. 인물의 내면과 같은 ‘디테일’은 영상을 짧게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잘려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정보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머릿속에서 흐려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더 문제인 점은, 단순히 콘텐츠의 형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사람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예전이라면 당연하게 보고 읽을 영상이나 글들에 시간을 들이는 것 자체를 어색해한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 아닌, 빠르게 판단하고 넘어가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점점 기본값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단순히 ‘숏폼 콘텐츠를 줄이자’는 말은 이젠 현실적이지 못한 해결책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길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다. 짧은 영상을 보더라도 그 뒤의 맥락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며 필요하다면 검색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국, 짧은 콘텐츠를 보더라도 짧게 사고하지는 않는 것. 이것이 해결책이다.

깊이 있는 사고는 플랫폼에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길러나가야 하는 능력이다. 짧아진 콘텐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가 피할 수는 없는 변화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핵심 능력이고, 앞으로도 이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짧음의 파도에 밀려가지 않고, 잠시 멈추는 것. 그 작은 선택 하나가 우리가 잃어버릴 뻔한 ‘깊이’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우혁(문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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