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돈내산이 아닌 남돈내산 (한성대신문, 558호)

    • 입력 2020-08-31 00:03
    • |
    • 수정 2020-08-31 00:50

유튜버와 광고주, 뒷광고로 소비자 속여



최근 유튜브는 이른바 ‘뒷광고’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논란은 7월 15일 ‘디스패치’의 보도로 시작됐다. 디스패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가수 강민경과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 뒷광고라고 밝혔다. 이후 다른 유튜버들까지 뒷광고 논란이 불거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8월 4일, 유튜버 ‘애주가TV참PD’는 생방송에서 유튜버의 뒷광고 실태를 폭로했다. 이후 문복희, 쯔양, 리비, 햄지 등 인기 유튜버들이 광고주로부터 협찬을 받았음에도 광고임을 숨기거나, 적절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중 구독자 4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문복희는 채널 영상 214개 중 무려 55개가 뒷광고 영상인 것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유튜버 보겸은 생방송에서 광고주에 대한 뒷광고를 했음에도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몇몇 유튜버들은 은퇴까지 선언했다.

뒷광고란 광고주로부터 현금, 상품관, 할인 혜택을 받는 등 광고주와 유튜버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지만, 유튜버가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규정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제3조제3항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 제5조제5항 ‘광고주와 추천·보증인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에 의해 금지돼 있다.



유튜버, 대가로 최대 수천 만 원, 뒷광고로 단기간에 큰 수익 얻을 수 있어

광고주, 광고영상 기피하는 심리 이용, 기존 광고보다 더 큰 효과에 뒷광고 요구

소비자, 뒷광고 관련 공정위 지침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워

법적으로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버가 뒷광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뒷광고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홍사운드’는 “유튜버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뒷광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혜연은 유튜뷰 채널 ‘슈스스TV’에서 신발 광고라 약 3,000만 원 이상을, 화장품 광고로 약 2,000만 원 이상을 광고료로 받았다.

뒷광고 논란의 이면에는 광고주도 포함돼 있다. 심사지침 제 5조제5항에는 ‘광고주와 추천‧보증인과의 사이에 추천‧보증 등의 내용이나 신뢰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광고주 또는 추천‧보증인은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유튜버뿐 아니라 광고주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뒷광고가 다른 광고보다 효과가 좋기 때문에 광고주는 뒷광고를 요구한다. 광고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특성과 광고를 기피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만나면서, 뒷광고는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 된다. 마혜현, 심성욱의 「2009년 이후 10년 동안 국내 부당 표시·광고에 관한 연구」에선 ‘뒷광고를 할 경우 일반적인 소비자는 게시자가 쓴 글을 자발적‧독자적인 광고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서술한다. 유튜버 홍사운드는 “영상 내 광고를 고지할 경우 사람들이 광고 영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청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뒷광고가 드러나자 여러 유튜버들은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광고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공고주는 자신의 잘못을 방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뒷광고를 의뢰했다고 시인 및 사과한 광고주는 단 한 곳도 없다. 광고주는 뒷광고가 불법임을 알고도 유튜버에게 뒷광고를 요구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 사과하지 않은 채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관련 법‧제도가 소비자에게 생소하다는 것도 뒷광고 성행의 원인 중 하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공개한 「소셜미디어(social media) 허위과장 광고의 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에선 광고를 하는 유튜버나 소비자들이 심사지침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경(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심사지침은 광고의 주체인 사업자에게 필요한 가이드라인”이라며 “이번 뒷광고 논란을 계기로 심사지침이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뒷광고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미래통합당 이영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집계된 ‘SNS 마켓 소비자관련법 위반행위’ 총 458건 중 277건(60.5%)dl 표시광고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정위가 작년 9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가 7개의 업체로부터 의뢰받아 작성한 뒷광고 게시물은 총 4,177건에 달한다. 이재경 교수는 “유튜브는 다국적 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광고 관련 지침을 철저하게 집행하지 않아 오래 전부터 뒷광고 관행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은 소비자를 기만한 유튜버에게 질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명 유튜버 문복희, 양팡은 뒷광고 논란 이후 구독자 수가 각각 30만여 명, 50만여 명 가량 감소했을 정도다. 이재경 교수는 “대중이 유튜버의 진정성을 신뢰한 만큼 실망, 배신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버가 광고주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있었음에도, 뒷광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유튜버는 방송의 책임자이기에 유료광고 여부를 밝히는건 자신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뒷광고가 계속 이어진다면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경 교수는 “소비자들은 뒷광고로 인해 의도에서 벗어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자발적 사용 후기에서 소개한 제품마저 신뢰할 수 없게 되므로 소비생활에 지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뒷광고 논란은 유튜버가 자신의 수익을 위해 소비자를 배신한 결과다. 광고주 역시 불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광고 효과를 위해 소비자를 배신했다. 황장선(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유튜버, 광고주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야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뒷광고와 같은 관행은 근절되는 것이 소비자는 물론 유튜버 및 광고주 모두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준수 기자

[email protected]



뒷광고 해결할 개정안, 여전히 미흡해

공정위 개정안, 제재 대상의 보완 필요

뒷광고 처벌 수위 높여야

인플루언서의 뒷광고를 제재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국회는 관련 법률 개정을 진행했다. 지난 6월, 공정위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뒷광고 금지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광고주로부터 받는 ‘현금이나 해당 제품 등 경제적 대가’가 ‘해당 상품, 상품권, 적립 포인트, 할인 혜택’ 등으로 구체화됐다. 또한, 개정안 시행 전에는 ‘광고주와 추천·보증인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치지 않는 경우’만 제시돼 있는데, 이를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치는 경우’까지 확대해 설명했다. 여기에 기존에 제시된 ‘블로그 등 주로 문자 형태의 방법’외에 ‘동영상 등 다양한 SNS 형태의 방법’까지 포함시켰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제재 대상이 사업자에 한정돼 인플루언서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황장선(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개정안은 현행법과 동일하게 사업자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인플루언서도 유튜브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면 엄연히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에 사업자에 대한 정확한 범위가 제시돼 있지 않은 것을 꼬집었다. 이어 황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이 사업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태휘(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과장은 “현재 개정안은 사업자의 범위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지 않다”며 “법이 집행될 경우, 사업자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뒷광고 금지법은 개정안에서 처벌 대상이 사업자에 한정돼 있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발의됐다. 현행 지침 제3조의2는 ‘유명인이 사업자로부터 대가를 받은 경우, 그 사실을 수신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뒷광고 금지법은 해당 규정을 토대로 유명인이 제3조의2를 위반할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이 적시돼 있다.

뒷광고 금지법의 처벌 규정은 광고 수입에 비해 과태료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황 교수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보다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해 실효성이 거의 없다”며 “작년에도 뒷광고를 집행한 주요 기업에 1억 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효과적인 예방책이 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재경(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적은 매출을 거두는 인플루언서도 일률적으로 사업자로 파악해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뒷광고를 잡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처벌 대상의 맹점과 처벌 실효성 부족으로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황 교수는 “유튜버와 광고주 양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고, 이들에게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며 “뒷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현경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