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청년의 취업 역량 강화와 조기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청년이 대학 등의 기관에서 산업 관련 이론 교육을 수강하고, 산업체에 취업해 실무를 수행하는 도제식*교육 시스템이다. 제조업 분야부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까지 폭넓은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실무와 동떨어진 부실한 훈련 과정 등의 문제가 나타나며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학습병행제에서 기업은 청년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교육을 제공하고, 대학이 해당 과정을 자격 또는 학력으로 인정한다. 정부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일학습병행법) 등을 통해 청년의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전성준(한국직업능력연구원 동향·데이터분석센터)연구원은 “직무 역량을 쌓음과 동시에 학점 인정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학습근로자는 근무 외에도 실무훈련인 ‘도제식 현장교육훈련(OJT)’과 이론 교육인 ‘사업장 외 교육훈련(Off-JT)’을 받는다. 최소 6개월 이상 훈련 과정을 거친 후 외부평가에 합격할 경우 ‘일학습병행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며, 해당 학습근로자는 반드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다. 전 연구원은 “일반적인 취업 준비 기간보다 이른 시기에 산업현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재학 중 직무 경험과 경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조기 취업과 실무 경험이라는 명확한 이점이 부각되면서 일학습병행제 학습근로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연도별 일학습병행 학습기업 및 학습근로자 참여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약 9만 명이었던 학습근로자가 2024년 약 15만 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학습근로자는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틀에 갇힌 이론 교육으로 실무 역량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론 교육 과정은 『일학습병행 운영규정』에 따라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에 기반해 설계돼야 한다. NCS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국가가 표준화한 체계다. 특정 산업 분야에서 수행하는 직무를 세부 능력단위**로 쪼개어 이론화한 ‘교본’과 같다. 그러나 NCS에는 방대한 직종별 지식이 모두 담겨 있어 현장에서 적용되는 실무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다. 전 연구원은 “일부 기업에서 최신 스마트 공장 설비를 도입했음에도 이론 교육과정에서는 여전히 표준 공정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론 교육과정이 부실한 상황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학습근로자가 강도 높은 일정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무 훈련을 포함해 근무 시간은 일학습병행법에 따라 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 교육 시간은 별도의 보장 사항이 없어 휴무일이나 주말에 공동훈련센터에서 이론 교육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4년간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상민(28) 씨는 “실무 훈련 후 이론 교육까지 이수해야 하는 과도한 일정에 부담을 느낀 경험 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대영(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에 일하고 주말이나 야간에 학교를 가야 하는 일정 탓에 중도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내·외부평가 기준 간 차이로 많은 학습근로자가 외부평가에서 탈락하는 문제도 있다. 학습근로자는 훈련 중 실무 훈련 내용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내부평가를 거친 후 이론 중심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내부평가 합격률에 비해 외부평가 합격률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한국직업자격학회의 「일학습병행제도 성과에 대한 전문가 인식 변화 및 정책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내부평가 합격률은 95~99%에 달하는 반면 외부평가 합격률은 약 48%에 불과했다.
기업 측이 훈련 과정 내 NCS 반영 비율을 과도하게 설정한 것이 실무와 교육 내용 간 괴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습 기업 대부분이 50%에서 최대 100%의 NCS 반영 비율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기업 현장의 실제 직무 내용과 훈련 과정 간의 불일치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박용호(인천대학교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학습병행제 실습 훈련 내용과 NCS에 규정된 내용이 온전히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습근로자의 강도 높은 실무와 이론 학습의 원인으로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최소 훈련시간이 꼽힌다. 일학습병행제는 대개 NCS에 기반한 교육훈련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직무능력 체득 정도에 따라 L1에서 시작해 L8까지의 능력 단위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최소 300시간의 훈련 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능력 단위에 따른 훈련 시간 규정이 학습근로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다. 전 연구원은 “특정 직무에 대해 NCS에서 제시한 능력 단위와 권장 훈련 시간이 존재한다”며 “이를 일학습병행 훈련 과정에 상당 부분 반영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내·외부 평가의 괴리는 주관부처 분산이 원인이다. 내부평가는 학습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하고 훈련받은 기업 내에서 출제되므로 현장성을 반영한다. 반면 정부가 주관하는 외부평가는 NCS에 이론 위주로 출제된다. 이로 인해 학습근로자의 현장 경험과 외부 평가 내용의 간극이 발생하며 이는 낮은 합격률로 이어지고 있다. 손규태(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부평가 내용이 현장 실무와 달라 합격률이 낮다는 지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 승인 시 해당 기업의 업무 특성과 현장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가 단위의 범용적인 표준만으로는 개별 기업의 특수한 직무 환경을 완벽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실제 업무와 NCS 내용이 연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NCS 반영 비율 등 훈련 과정 설계 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학습근로자의 과도한 훈련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선행학습 경험 인정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해당 제도는 일학습병행제 참여 이전의 직무 경험이나 교육훈련을 받은 이력 등을 학습 시간으로 추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일학습병행에 일부 시행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경우 유동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김 연구위원은 “해당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 기업도 존재해 제도를 확대 및 규범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무 중심의 평가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일학습병행제의 모태가 된 독일의 도제식 훈련 제도가 발달한 기관은 필기시험보다 작업 태도, 실무 성적 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 연구원은 “직무 특수성이 강한 분야의 경우 실습·작업형 평가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훈련과 평가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훈련 역량이 부족한 기업의 진입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선정 기준을 정교화하고, 규정 위반 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세화(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소기업경영학과) 교수는 “참여 기업 선정 과정부터 교육 역량 등을 철저히 검증해 훈련 목적에 맞지 않는 기업은 일차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제식 : 장인이 제자에게 현장에서 직접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방식
** 능력 단위 : 국가직무능력표준 분류체계의 하위단위에 해당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기본 구성요소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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