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상을 플레이하다, 게이미피케이션 (한성대신문, 560호)

    • 입력 202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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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0-18 01:53

등굣길, 학교에 도착하니 핸드폰 어플 내 걷기 마일리지가 쌓여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는 매운 돈까스를 1시간 내 다 먹으면 공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커피 10잔으로 모은 적립 스탬프로 커피 전문점에서 무료 커피를 마신다. 전부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용된 상황이다. 우리는 게이미피케이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어떻게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을까?

게이미피케이션이 뭔데?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사고방식을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게임은 랭킹 혹은 리더보드를 통해 남들과의 경쟁심을 이끌어 낸다. 게임의 플레이어는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면 포인트나 뱃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게임의 시스템은 경쟁심을 통한 재미와, 스스로 플레이하고 보상을 얻는 과정의 성취감을 준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랭킹과 리더보드, 보상 등의 요소를 활용한다. 이용자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재미를 느낀다. 보상을 통해 성취감과 동기를 얻기도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면 제작자와 이용자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용자는 시스템에 대한 만족과 재미, 보상 등을 얻을 수 있다. 제작자는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고, 홍보 효과와 이용자의 충성심을 얻는다. 김정태(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비게임 영역에서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영역에 대한 충성도와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회사 지멘스의 실제 사업을 구현한 게임 ‘플랜트빌’ (사진 출처 : 지멘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마케팅

게이미피케이션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독일의 엔지니어링 회사 ‘지멘스(Simens)’는 사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플랜트빌(Plantville)이란 게임을 만들었다. 사원은 플랜트빌을 통해 실제 지멘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사업 분야가 아닌 업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멘스는 플랜트빌을 일반인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포해 기업 홍보 마케팅에도 활용했다. 또 지멘스는 플랜트빌의 플레이 점수를 일정 기록 이상으로 달성해야만 발전 업무 부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사원과 지원자는 플랜트빌을 통해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 다. 지멘스는 회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뛰어난 신입사원을 동시에 얻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리복의 광고 마케팅. 시속 17KM 이상으로 뛰면 아 크릴 상자 내의 신발을 보상으로 제공했다. (사진 출처 : 리복)



게이미피케이션은 광고 마케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미국의 스포츠 용품 제조 회사 ‘리복(Reebok)’은 스포츠 분야의 게이미피케이션을 보여주는 마케팅을 실시했다. 현대인이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리복은 도심 한가운데에 속력 측정계를 설치했다. 측정계 아래에는 ‘당신은 운동화를 갖기에 충분히 빠릅니까?’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신기하게 보던 사람들은 측정기를 향해 하나 둘 뛰기 시작했다. 리복은 시속 17KM 이상으로 달린 사람에게 실제 운동화를 보상으로 지급했다. 현대인의 운동부족이란 문제의식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 문제해결 시 제공되는 보상 등을 통해 홍보 효과를 높였다. 김 교수는 “기업의 마케팅에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했을 때 얻게 되는 홍보 효과는 부수적인 효과”라며 “게이미피케이션의 진정한 가치는 그 분야가 갖고 있는 문제를 보다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교실 안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을

학생들의 수업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교육 방식은 교수자를 중심으로 하는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학생의 수업 참여 동기를 유발하고,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쉬운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 수업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 캠페인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보드게임. 해커의 침입과 방어 개념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서울여자대학교의 정보보호학과는 정보보호라는 생소한 개념을 쉽게 교육할 수 있도록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정보보호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은 사이퍼디스크(Cipher Disk)와 보드게임을 만들며 정보보호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수업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실제 게임을 수업에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다. 교육의 적이라 불리는 ‘게임’의 요소를 활용한 것이 그 이유다. 김 교수는 “게임의 인식 때문에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인식개선과 지원을 위해선 게임을 법적으로 문화예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소회의실 기능을 통한 팀 활동 같은 간단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도 수업을 다각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마케팅 등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문제를 재미있게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김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좋게 해 정보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게이미피케이션이 우리의 삶을 새롭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게이미피케이션의 발전을 기대했다.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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