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1원과 맞바꾼 한 걸음 (한성대신문, 561호)

    • 입력 2020-11-16 00:00
    • |
    • 수정 2020-11-15 12:27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배달 아르바이트의 수가 늘어났다. 고정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돈이 필요한 청년이 배달을 선택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전문 배달부 외에도, 남는 시간에 소일거리 삼아 걸으며 배달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기자도 ‘배민커넥트’를 통해 직접 배달에 나섰다.

김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조정은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배달대행 알바를 할 수 있는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는 배달대행 업체와 정해진 시간 동안 계약을 하고 주변의 배달 주문을 개인이 수주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음식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배달대행 업체에서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서비스는 ‘배민커넥트’, ‘부릉’, ‘쿠팡이츠’ 등이다.

필자는 도보 배달이 가능한 ‘배민커넥트’를 선택했다. 배민커넥트는 배달대행 업체 ‘배달의 민족’이 운영하는 시간제 라이더 서비스다. 5월까지 3만 명이었던 배민커넥트 신청자는 11월 기준 8만 명까지 늘었다.

신청 페이지에 들어가 배달수단으로 ‘도보’를 고른다. 이름, 전화번호, 증명사진 등의 간단한 개인정보를 내자 계약서 작성 화면으로 넘어간다. 처음 본 계약서에 신기한 것도 잠시, 서명 한 번에 계약이 성사된다.

계약을 마치니 배민커넥트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들으라는 메시지가 온다. 배달의 민족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전까지 안전교육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다. 로그인을 하고 수강신청에 들어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안전보건교육_운송, 배송업>수강을 신청한다. 안전교육은 <배달 및 배송 작업 안전관리>, <교통안전관리>, <산업재해 발생 원인 및 예방>, <직무스트레스 예방과 관리>총 4분야의 73개 강의와 퀴즈로 이뤄져 있다. 수업 시간은 2시간 정도다.

강의를 모두 듣자 최종평가에 응시하라는 배너가 뜬다. 최종평가는 10문제로 이뤄져있다. 강의수강 60점과 최종평가 40점을 합쳐 총점 100점 중 80점 이상을 얻어야 배민커넥터가 될 수 있다. 교육을 마치고 배민커넥트 측에 정산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메일로 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 시작>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온다.

거리로 나선 배달부

배민커넥터 전용 라이더스 앱을 깔고 본격적인 배달에 나선다. 라이더스 앱은 배달요청 수락부터 배달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라이더스 앱에서 운행스케줄을 고른 뒤 ‘운행시작’을 누른다. 운행은 일주일에 최대 20시간까지 가능하다.

앱을 설치하고 환경을 설정하면서 배차방식을 ‘일반배차’로 설정한다. 일반배차는 배차가 들어온 모든 요청 중 자신이 원하는 배차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기란에 생선 백반식당이 올린 배달요청이 뜬다. 배달하기 위한 운행정보를 보던 중 다른 커넥터가 해당 배달을 수락했다는 알림과 함께 창이 꺼진다. 빠르게 수락해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

배달에 쓰는 가방은 편집국에 있는 카메라 가방으로 대신했다. 배달 가방이 없는 경우에는 배민커넥트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26,400원이다. 가방은 한 사람당 한 개만 구매할 수 있다. 배민커넥트 계약을 해지할 경우 구입한 배달 용품을 배민커넥트 온라인몰에 반납할 수도 있다. 반납하면 금액의 일부를 돌려받는다.

9시 28분. 알림음과 함께 ‘추천배차’가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학교 근처 밥버거 식당의 배달이다. 마침 목적지도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배차요청’을 눌러 배달을 수락한다. 가게까지는 7분 거리다.

가게에 도착해 음식을 받아 가방에 넣는다. ‘픽업완료’를 눌러 고객에게 배달을 시작하는 알림을 보낸다. 배송지까지 가는 제한 시간은 10분이다. 배송지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3분, 고객에게 음식을 건네주고 ‘전달완료’를 누른다. 15분 만에 2,900원이 손에 들어온다.

10시 34분. 다시 알림이 뜬다. 동소문동6가에 위치한 카페에서 정릉2동까지 가는 배달이다. 720m 떨어진 가게에 10분 내로 가야한다. 늦지 않기 위해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정확히 10분이 지난 10시 44분, 가게에 도착해 커피 두 잔을 받는다.

배달 역시 10분 내로 이뤄져야 한다. 842m나 떨어진 배송지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한다. 가방을 들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간다. 처음 오는 길인데다 끊임없는 오르막길과 계단에 겨울임에도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복잡한 길 때문에 시간 내에 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연요청’ 버튼을 눌러 고객에게 지연 사실을 알린다. 도착해서 보니 8분이 늦은 상황. 커피를 받는 고객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이번에 들어온 수입은 3,300원. 다 끝나고 확인해보니 28분이 걸렸다.

늦지 않으려면

뛰어야 한다



시급 4,233원

일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배차방식을 바꾼다. 배민커넥트 측에서 베타테스트 중인 ‘AI 추천 배차’ 방식을 누르고 기다린다. AI 추천 배차는 가까운 곳의 배차를 자동으로 탐색하고 수락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수입이 많이 필요한 오토바이 배달부가 활용한다. AI 추천 배차를 쓰면 수락된 요청이 목록으로 만들어지며, 배달요청을 동시에 2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

30분이 지난 11시 30분, 분식집의 배달요청이 들어온다. 가게까지는 423m, 10분이 걸린다. 배송지까지 제한 시간은 15분.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없어서 다시 배송 지연을 누른다. 820m 떨어진 배송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진행 중인 배달이 2개로 늘어났다. 서둘러 배달을 마치고 요청을 확인한다.

늘어난 요청은 가고 있는 방향과 정반대에 있는 부리또 가게의 배달이다. 가게까지 걸린 거리는 824m, 분식집에서 배송지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 가야할 만큼 멀다. 부리또 가게로 전력질주 한다. 배송지까지 거리는 직선 거리로 932m. 경로를 확인해보니 1.6km를 걸어야한다. 제한 시간은 15분. 다시 뛰어보지만 결국 ‘지연요청’ 버튼을 누른다. 배달 두 개를 끝내고 시계를 본다. 1시간 5분 동안 3km를 넘게 걸어서 번 돈이 6,500원이다.

‘운행종료’를 누르고 신문사로 돌아간다. 라이더스 앱에는 3시간 동안 총 4번의 배달을 하고 2.7km를 이동했다고 나온다. 사실상 6km 가량 걸었지만, 가게부터 배송지까지의 거리만을 표기한 것이다. ‘오늘 수입’에는 12,700원이 찍혀있다. 시간당 4,233원 가량 번 셈이다.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