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한성문학상 - 시 부문 수상소감> “감성적인 사람이라 좋은 날”

    • 입력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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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06 16:08



상을 받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갑작스레 온 수상 문자가 제 무딘 일상에 화려한 폭죽처럼 날아 왔습니다. 잠결에 확인한 문자가 그저 꿈인 줄 알았던 저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제가 써왔던 여러 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번쩍거리더라고요. 그러고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제게 시는 일상이었습니다. 색다른 감정이 느껴지거나, 평소와는 남다른 꿈을 꾸거나, 마음이 편안한 날엔 시를 썼습니다. 제가 쓴 이 ‘꿈’이라는 시는 항상 늦잠을 자던 제가 어느 날 새벽 6시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 낙산공원으로 산책을 갔을 때 지은 시입니다. 홀린 듯 도착한 낙산공원에서 저는 엉망진창인 벽의 낙서를 찍고, 나무에 가려진 표지판도 찍고, 풀잎에 맺힌 이슬도 찍으며 새벽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문득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이 흙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을 시로 담은 것이 이 ‘꿈’이라는 시였습니다.

요즘 감정적으로 힘든 사람의 마음이 많이 느껴집니다. 말로 하지 않더라도 사람과의 눈맞춤에서 마음의 헝클어짐이 보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힘든 현실을 피해 상상의 구름 속에 숨는 소심하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냥 끄적였던 시 중에 하나가 이렇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 제 자신을 다시 정의하게 했습니다. 저는 소심하고 나약한 유리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다루기 힘든 다양한 감정들을 다른 방식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겁니다. 이 상이 다음 도전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 라고 느낍니다. 저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또 어떤 새로운 정의를 해나갈까요?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응원해주는 나의 가족들에게 애정과 감사를 표하며. 이렇게 보잘것없는 내 곁에 묵묵히 있어주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영원함을 약속하며 글을 마칩니다.

민가영(인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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