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빈칸’으로 끝나버린 퇴직 법관 탄핵심판 (한성대신문, 572호)

    • 입력 202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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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1-14 20:07

지난 10월 28일 헌정사 최초의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가 마무리됐다. 임성근 전 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지난 2월 ‘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 있다. 이어 국회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했으나 ‘각하’라는 결과를 받았다. 각하는 사건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종료하는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정부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함과 동시에 상급 법관 등 내부 영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임 전 판사는 3건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추측한 칼럼을 써 기소된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판결문 작성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는 탄핵심판으로 얻게 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 전 판사는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본안판단을 거쳐도 파면 결정이 선고될 수 없다. 탄핵소추된 당시 법관에 재직 중이었던 임 전 판사는 탄핵심판이 진행된 시점에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태였다.

탄핵심판이 각하되면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탄핵소추된 임기만료 공직자에 대한 위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이미선 재판관도 ‘공무원 신분을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판단도 없이 탄핵심판절차가 종료되는 것은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유지하는 탄핵심판의 기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국회의원은 탄핵심판 도중 공무원의 신분을 잃더라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변호사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5년간 변호사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임 전 판사는 전관 변호사와 공무원으로 활동하는 데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김선택(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공직과 변호사 개업을 막는 등의 불이익을 가할 수 있었다”며 “파면 외의 다른 실익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국민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 법관을 즉시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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