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기차를 탄 모험가, 강한나 여행작가 (한성대신문, 579호)

    • 입력 202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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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07 00:00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아니 수백 번을 들어도 눈으로 보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경험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국내부터 해외까지 수많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쌓은 견문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비용의 문제도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일상에서 한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은 도전이라며, 세계 곳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이가 있다. 기차를 타고 전국과 세계를 누비는 강한나(32) 여행작가다.

▲강한나 여행작가 [사진 제공 : 강한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강 작가는 ‘러시아’를 방문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도 서양권 문화를 가진 러시아의 매력에 이끌린 그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랐다.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을 떠난 그녀는 세계에서 제일 넓은 벌판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다.

“횡단 열차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해요. 당시 6박 7일 동안 횡단 열차에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열차 안에 사람들이 바뀌어 매일이 새로웠죠. 하루는 시베리아의 사냥꾼과 보드카도 나눠 마신 적도 있어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가치관은 여행의 본질과 일맥상통했다. 강 작가가 주기적으로 장기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다. 실제로 그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매년 최소 1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곤 했다.

“저는 주로 몽골, 유럽, 러시아 등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방문할 수 있는 여행지를 다녀왔어요. 특히 러시아는 매년 시간이 될 때마다 방문했죠.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국토가 지구의 4분의 1바퀴를 차지할 만큼 땅이 굉장히 커요. 조금만 이동해도 현지의 대표 음식과 문화가 바뀌는 이색적인 여행지에요. 보통 한 나라에서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만 러시아에서는 많은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유라시아 지역을 주로 방문하는 것 같아요.”

▲약 9,288km의 철도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러시아에 대한 애착을 증명하듯, 강 작가는 『리얼 블라디보스톡』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전공도 한몫했다. 여러 차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면서 지역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는 와중에, 경영학 전공자로서 습관적으로 시장분석이 이뤄졌던 것이다.

“경영학과를 전공하다 보니 지역에 대한 시장분석이 빨랐죠. 지역에 대한 분석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 어딘지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제가 알게 된 정보와 경험치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출판을 결심했어요.”

그러나 이후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워지자 강 작가의 여행도 중단됐다. 이는 그녀에게도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견디기 어려운 고비였지만, 행선지를 국내로 변경해 여행의 공백을 메워나가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강 작가의 국내 여행 필수 방문 코스는 바로 ‘전통시장’이다. 그녀는 지역의 분위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전통시장을 통해 여행지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해외처럼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역의 특색에 매료되곤 하죠. 게다가 요즘 전통시장은 옛날과 많이 달라요. 청년이 운영하는 청년몰도 많고 예쁘게 꾸며둔 맛집도 모여있죠. 지역의 특산물까지 구경하면 그 지역을 전부 본 것과 같아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시장을 꼭 방문했으면 좋겠어요.”

강 작가는 주로 혼자 여행을 한다.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행이 재밌게 느껴지곤 했지만, 여럿이 여행하다 보면 방문한 여행지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행지를 더 넓고 깊게 보고 싶다면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아닌 동행인을 고려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도 빈번해요. 반대로 혼자 여행을 하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죠.”

또한 혼자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강 작가는 여행지에서 의외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언했다. 그녀는 일행과 함께 다니는 동반 여행과 달리 다른 여행객 혹은 현지인과 친해지면서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교류도 즐거운 추억이라며, 한 번쯤 홀로 떠날 것을 권유했다.

“혼자 떠나온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현지의 정보들을 알아가기도 해요. 특히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한다면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각국에서 오는 여행자들과 추억을 쌓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소통은 되거든요.”

한편 그녀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여유’를 중점으로 둔다. 강 작가는 방문할 지역의 필수 코스인 랜드마크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는다. 계획을 너무 체계적으로 세운다면 일정을 소화하는 것에 급급해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그녀는 도보를 주로 이용한다.

“꼭 봐야 할, 가야 할, 먹어야 할 것들만 정한 채 자유롭게 움직이는 편이에요. 너무 틀에 박힌 여행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죠.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걸어서 다니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나만의 장소를 찾을 수 있어요.”

또한 강 작가는 이번 여름여행을 계획하는 대학생에게 ‘학생증’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오직 학생이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행에서 학생증은 ‘만능 패스’라며, 경우에 따라 최대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통비가 부담스럽다면 ‘내일로’의 이용을 추천했다. 내일로는 지정된 일수만큼 무제한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유효기간 안에는 기차를 몇 번이고 탑승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저는 대학생 때 내일로를 많이 애용했어요. 방학만 되면 내일로를 끊어 전국을 여행하곤 했죠. 기차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어요. 큰 창으로 달라지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죠.”

▲삼천포 사천시에 위치한 바다가 보이는 통유리 영화관

강 작가는 기차를 타고 방문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 중 ‘삼천포’를 추천했다. 특히 삼천포의 사천시를 추천하며, 영화관을 꼭 들려보라고 조언했다. 삼천포 사천시에는 상영관 내부가 통유리로 돼 있어 바다가 보이는 국내 유일의 영화관이 존재한다.

“영화가 상영될 때만 유리에 커튼을 쳐요. 오후 3시나 4시쯤 방문해 영화를 보면 끝나는 시간이 일몰과 겹치게 되죠. 이때 커튼이 열리고 펼쳐지는 노을과 바다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에요. 영화를 본 후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큰 힐링이 될 거에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를 ‘시간’이라 생각하는 강 작가는 여행하기에 ‘청년’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장담한다. 애써 시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비교적 쉽게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졸업 후 일을 하다 보면 여행을 가기 위한 자금은 넉넉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없어요. 대부분 연차를 써도 최대 일주일이죠. 돈이 있다고 무작정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여행 기간에 따라 장소도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여행 일정이 짧은데 무작정 해외로 떠나면 비행기 안이나 공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단기 여행이라면 국내의 한 지역을, 장기 여행이라면 러시아나 몽골처럼 국토가 넓은 해외 국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강 작가는 여행을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로 본다. 동시에 요즘 청년들이 여행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청년이 장기 여행은 아닐지라도 가까운 곳에, 더 많이 떠나길 바란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짧은 여유라도 여행을 할 수 있어요. 국내에도 떠날 곳은 많으니 당장 엄청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고 짧은 여행이라도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더 큰 기회가 생기니까요.”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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