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년> 벗어나고 싶어도··· '청년 수급자'라는 굴레 (한성대신문, 582호)

    • 입력 202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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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0-14 13:40

<편집자주>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 안타깝지만 모든 청년이 그 말의 의미대로 젊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소외 청년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외된 청년의 문제를 과연 개인의 문제, 비행(非行)으로만 다뤄야 할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조명해야 할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소외 청년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飛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회 속 소외된 청년들이 ‘비상’하기 위한 발판을 알아보자.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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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생활보장제도)란 저소득층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공부조(公共扶助)다. 이 제도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용교(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헌법상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구현하기 위한 법”이라고 부연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 중위소득’에 얼마만큼 크게 미달하는지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으로, 평균 소득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기준 중위소득은 이 중위소득에 당시 경기 추세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수치다. 김승연(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빈곤에는 ‘상대적 박탈’이라는 개념도 포함돼 있다. 전체적인 소득이 올라가면 중위소득도 올라감으로써 상대적인 빈곤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를 백분율로 나눠 수급권자의 소득이 몇 % 이하인지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기준 ▲생계급여(30% 이하) ▲의료급여(40%) ▲주거급여(46%) ▲교육급여(50%)라는 급여 기준이 정해져 있다. 과거에는 ‘최저생계비’라는 절대적인 기준에 미달해야만 모든 급여를 수령했다. 하지만 개편 이후 상대치인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급여를 다변화시켜 개별적인 상황에 따른 급여 수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28%에 해당한다면 모든 급여를 수령할 수 있고, 반면 42%라면 주거·교육급여만 수령할 수 있지만 생계·의료급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행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약 158만 명에서 2021년 약 235만 명으로 상승했다.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실제 부양하지 않으나 고소득 자산이 있는 자녀나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수급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청년 수급자들의 증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만 20~39세의 청년기 수급자들의 수는 2017년 149,798명에서 2021년 238,149명으로 무려 60%가량 상승했다. 문진영(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 수급자가 증가한 원인은 부양의무자 제도의 폐지를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존치하고 청년의 경우 부동산 자가 소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거급여를 받기 어려웠다”며, “결국 생계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생계급여 자격이 기준 중위소득의 30%에도 미달되는 소득일 만큼 엄격하다. 따라서 극빈한 생활을 하는 청년세대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국가에서는 청년들을 비롯한 수급자들의 근로유인 및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근로소득을 일정 공제해주고 있다. 소득을 측정하는 데 있어 일정금액 만큼은 소득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만 24세 이하의 청년 및 대학생의 경우 소득의 40만 원을 정량으로 공제해주고, 이후 남은 소득에 대해 30%를 추가로 공제한다. 또한 근로능력이 있는 만 25세~64세의 경우에도 소득의 30%가 공제된다. 이어 자립준비청년과 사회복무요원, 상근예비역 등에게도 근로 및 사업소득을 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급자 청년들이 소득 산정을 피해 사회의 어둠 속으로 떠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이 급여 선정 기준을 넘었을 경우 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생계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에 청년 수급자들은 이른바 ‘쪼개기 알바’나 단기 알바를 하고 있다. 이는 ‘보충급여의 원칙’을 기조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충급여의 원칙이란 급여는 어디까지나 수급자가 생계활동을 하고도 미달한 분량을 ‘보충’해주는 것이라는 원칙이다. 즉, 수급자가 근로를 시작해 소득이 발생하면 그만큼은 더 이상 ‘보충’을 해줄 필요가 없으니 지급되는 급여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일을 하면 할수록 급여액이 줄어드니 아예 소득 산정에 걸리지 않거나 공제액만큼의 소득이 발생하는 ‘미니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만희(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공제율이 한정되면서 청년들이 소득을 스스로 공제하는 ‘자기 공제’로 몰리고 있다. 사회에서 의도하지 않게 부당한 소득 활동을 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이 아닌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도 지적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1항 나목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미혼 자녀는 부모와 함께 하나의 동일가구로 여긴다. 이 때문에 현재 30대 미혼 자녀의 경우 따로 살더라도 1인가구로 분리되지 않아 하나의 가구로 묶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 수급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가족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청년 수급자 본인은 탈수급의 의지가 있어도 같은 가구로 묶인 부모의 수급자 자격이 박탈될까 봐 그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상술했듯이 이는 주거와 경제적 독립이 이뤄진 일부 청년에게도 적용된다. 이로 인해 기록이 남지 않는 현금으로 월급을 지급받는 ‘몰래바이트’를 하고, 결국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잔존하게 된다.

더불어 이를 극복하기에는 청년들을 비롯한 가족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의료급여가 대표적인데, 국회예산정책처의 「계층별 사회보장사업 분석 Ⅰ」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10년 이상 수급자로 남아있는 청년은 32,537명으로 전체 청년 수급자의 21.7%를 차지했다. 의료급여 등의 자격을 상실하면 즉시 가족 구성원에 의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급자로 남아있는 것이다. 홍정훈(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오랫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수급하던 청년이 가정 내 사정으로 인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었던 사례를 봤다”고 술회했다.

개별가구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이를 수급권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개별가구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행정실무 단계에서도 그냥 단일한 가구로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성철(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30대 미만 미혼 청년도 세대 분리가 가능하나 당사자의 경우에는 이런 정보나 내용들을 모른다. 관련 절차가 어렵게 숨겨져 있고 경직되게 운영되는 행정의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청년 수급자들을 위해 공제율의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장동호(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급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취업이 중요한데 수급 자격 유지 여부로 취업을 미루는 청년들이 많기에 소득 공제 비율을 지금보다 대폭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충급여의 원칙을 보완하기 위해 자산 형성 프로그램의 기준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까다로운 자격 기준을 완화하거나 이자 및 입금액 등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노인 가구는 이미 자산 형성의 단계가 끝났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청년에게 특화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산형성 프로그램의 기준을 조정해 보충급여의 원칙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청년 수급자가 개별가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기한 연령의 하향 등 여러 방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도 ‘20대 청년을 개별가구로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문 교수는 “일률적으로 기준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나 연령을 하향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 모두를 개별가구로 보장할 시, 소득이 없는 많은 청년이 무분별하게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유 교수는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분리해서 기본권을 보호해 주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정도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청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벗어나는 일을 넘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수급기준을 겨우 넘겼을 뿐인데 수급자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줄어들어야 하며, 청년층이라는 특성에 알맞은 취업훈련제도가 필요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급자 청년의 경우에는 빈곤과 가정 내의 다른 문제로 인해서 교육이나 훈련 경험이 또래 집단보다 부족한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구직 활동 지원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에 밀착해서 사례 관리를 진행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들에게 이뤄지는 자활 사업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활 사업이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계층의 근로유인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사업에 참여한 수급자는 근로소득을 받으면서도 생계급여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이 사업에 청년들의 경험과 스펙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자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일자리와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까지 되지 않도록 보편적인 제도를 확대해야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즉 공공부조의 성격을 가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청년이 해당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부조는 최후의 보류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제도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까지 갈 일이 없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 안전망도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수급자들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청년 수급자들은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상으로, 경제적 재기나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투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청년 수급자 대부분은 자신의 노력이나 재능과 상관없이 집안의 형편으로 수급자가 됐다. 따라서 자신이 독립적인 생계를 꾸릴 때 보다 나은 사회·경제적 조건을 가질 잠재성이 큰 집단”이라며, “생계급여 등 급여 지급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노동시장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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