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주팔자, 결국 살아가기 나름 (한성대신문, 584호)

    • 입력 2022-12-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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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05 00:02

[그림 : 박희진 기자]

사주팔자(四柱八字)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4개의 기둥과 8개의 글자’다. 4개의 기둥(四柱)은 각각 태어난 연, 월, 일, 시를 나타내며, 각 기둥은 2개의 글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 글자로 사람이 태어난 때를 나타낸 것을 사주팔자라 하며, 이를 통해 길흉과 운명을 점치는 일이 ‘명리학’이다. 8글자들은 특정한 22개의 글자 중에서 구성된다. 어떤 원리가 숨어 있기에 8글자로 사람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것일까. 또한, 명리학에 의한 운명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양성모(글로벌사이버대학교 동양학과) 특임교수는 “사주가 미래를 예측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 해석을 위해서는 이론의 기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2개의 글자는 크게 천간과 지지로 구분된다.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10글자다. 지지는 십이지를 가리키는 한자로,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가 그것이다. 둘을 합쳐 ‘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명리학의 초기 이론을 확립한 사람은 당나라 때의 이허중으로 알려져 있다. 이허중은 연주, 즉 태어난 해를 중심으로 월과 일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점을 치는 ‘고법사주’ 이론을 구체화해 『이허중명서』라는 문헌을 만들었다. 이는 이허중이 살았던 시대인 ‘당’을 따 ‘당사주’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후 5대 10국 시기에 서자평이 태어난 날의 천간인 ‘일간’을 중심에 놓는 자평명리학을 창안했고, 거기서 계승과 발전을 거듭해 현대의 명리학 이론까지 도달했다. 김연재(국립공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학과) 교수는 “명리학 이론의 역사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누군가가 처음부터 이론을 정리한 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기록들이 혼재돼 있다가 나중에야 정리된 문헌이 발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사주에 나무가 많다더라” 사주를 보고 온 사람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명리학에서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주 이론에서 음양오행론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음양론은 음(陰)과 양(陽)의 관계로 세상과 사물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햇빛, 그리고 그늘이라는 일반적인 자연현상을 개념화한 사상이며, 동양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재학(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동양학과) 교수는 “여러 고전에서 햇빛을 받는 것은 양, 태양을 덮어 가린 것은 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행론은 나무, 불, 흙, 쇠, 물을 통해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나무는 탄생을, 불은 성장을, 흙은 변화를, 쇠는 수렴을, 물은 저장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불→흙→쇠→물’의 순서는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소 교수는 “오행 중 나무는 탄생하고 뻗어나가는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나무라는 물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음양오행론과 상술한 22글자는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명리학 이론을 구성할까. 명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음양오행론의 안에 명리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음양오행론과 천간, 지지가 각각 독립된 이론으로 존재하다, 역사 속에서 결합되는 과정을 거쳐 사주 이론이 구성됐다는 말이다. 천간과 지지는 본래 오행과 같이 자연의 생장과 소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별도로 존재했다. 중국 문자학 서적 『설문해자』에 따르면, 천간의 첫 글자인 ‘갑’은 새싹이 난 모습을 의미한다. 셋째 글자인 ‘병’은 만물이 밝고 선명하게 이뤄지는 모습을 의미한다. 넷째 글자인 ‘정’은 만물이 모두 자라는 모양을, 일곱째 글자인 ‘기’는 만물이 열매를 맺는 것을 말한다. 천간이 만물의 변화를 설명하는 원리라면, 지지는 현상이 작용한 모습이다. 소 교수는 “정오에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원리가 천간이라면, 지지는 그 원리가 현실에 반영돼 오후 3시 경에 땅이 가장 뜨거운 현상에 대한 이론”이라고 빗댔다.

이처럼 사물과 자연의 변화 양상을 설명한 이론으로 사람이 태어난 때를 살펴보기 때문에, 사주를 통해 사람의 운명을 가늠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태어난 연도로는 조상님을, 월로는 부모님을, 시로는 자녀를 볼 수 있다. 특히 태어난 날짜로는 자신의 운명을 본다. 김 교수는 “천간과 지지로 태어난 연월일시를 파악하고, 그 사주를 풀이할 때 오행론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주 풀이의 과정이 올발라야 결과 또한 신뢰할 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명리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성장배경, 재능, 노력 등 사주 외에도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주팔자를 가진 모든 사람이 같은 운명을 갖고 똑같은 방향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주 풀이를 과신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명리학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능동적인 자세와 즐기려는 마음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사주 풀이로 얻은 정보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거나, 정신적인 안도감을 얻으라는 조언이다. 양 교수는 “사주 이외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변적 요소들을 전부 무시하고, 사주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사주에 의한 운명은 개인적인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 또한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터놓을 수 없었던 고민들을 역술인에게 털어놓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심리적 안정을 얻는 ‘카운슬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즐기는 태도를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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