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며칠이나 놓여 있던 바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껍질까지 까맣게 변해갔습니다. 이대로 더 놔두면 너무 물러지고 썩어서 버려야 할 것 같은데 가족들은 아무도 그 바나나를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이미 너무 볼품없는 모습이 돼버려서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냥 버리기에도 아깝고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손을 대고 싶지도 않아서 그대로 또 며칠 동안이나 누군가 대신 그 바나나를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고만 있었습니다.
공모전에 제출할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그때 그 식탁 위의 바나나였습니다. 문득 그 바나나처럼 내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것들이 그동안 꽤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된 시였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쉽게 늘어지고 포기한 적이 많아서 무언가 하나를 잡고 끝까지 해본 경험이 그동안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끝까지 글을 써서 제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이뤄낸 것처럼 기뻤는데 당선까지 되어서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더 많이 열심히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유롭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함께 준비하며 많은 도움 주고받은 이무기 부원분들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써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도경(인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