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팬이 없으면 스포츠도 없다 (한성대신문, 588호)

    • 입력 202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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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13 01:19

지난 3월 28일,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를 한 시간가량 앞두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축협은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의 성과를 축하하고, 현 대표팀의 새로운 도전을 통한 축구계의 대통합을 위해 이번 사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자, 축협은 사흘 후인 31일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를 돌연 철회하고 사죄의 말을 전했다.

이번 사면에는 ▲승부조작 ▲금전 비리 ▲폭행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선수가 여럿 포함돼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승부조작이란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 감독, 심판 등의 경기 참여자가 일부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한국 프로축구 연맹은 승부조작 범죄가 점조직으로 이뤄져 전체적인 규모나 배후 파악이 불가능해서 더욱 악질이라고 이야기한다.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몇몇 선수의 개인적인 탐욕으로 그들의 노력은 수포가 된다. 해당 경기가 ‘조작된 경기’라고 낙인찍히면 대중은 그 경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을뿐더러 비난을 퍼붓는다. 경기장 위에는 죄가 없는 선수들이 더 많겠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격이다. 자연스럽게 경기 자체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영표·이동국 등의 축협 부회장 진을 포함한 축협 이사진은 이번 사면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원 사퇴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이겠지만, 이들은 해당 사면 안건에 있어 크게 반대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침묵했다. 선수 출신도 대거 포함되는 등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인물들이기에 사퇴조차도 책임 회피성으로 보일 뿐이다.

황희찬 선수의 결승 골로 승리했던 포르투갈전을 기억하는가. 모두가 우리나라의 패배를 예상했으나 우리 대표팀은 당당하게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했다. 이처럼 팬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을, 이에 더한 드라마 같은 승리를 보기 위해서다. 정몽규 축협 회장은 이번 사면을 철회하면서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이슈로 이미 다수의 팬은 국내 축구에 등을 돌렸을 테지만, 더 이상은 팬들을 기만하지 않는 투명한 스포츠계가 되길 기대한다.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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