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월세 부담 더는 지원사업
복잡한 심사 절차 등 문제 발생
청년 현실 정책에 반영돼야

2024년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29.5%의 취업에 성공한 만 19~34세의 청년 가구가 월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이하 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종료 예정이던 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상시 운영하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실제 청년의 처지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평까지 제기된다.
월세 특별지원은 독립 거주 청년에게 정부가 최대 24개월 동안 월 20만 원까지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학업·구직 등의 이유로 부모로부터 독립했으나 소득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이 주거 빈곤에 내몰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 주목적이다. 김학주(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대부분 자가점유비율*이 낮고 월세 거주 비중이 높게 나타나기에 이러한 주거비 보조 차원의 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술한 취지에 적합하도록 독립 거주 청년은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해당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만 19~34세 ▲무주택자 ▲청년가구 기준 중위소득 60% 및 총재산가액 4억 7,000만 원 이하 ▲원가구 기준 중위소득 100% 및 총재산가액 4억 7,000만 원 이하 등의 조건이 존재한다. 조건 충족 시 임대차계약서 등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청년 주거비를 국가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에 맞춰 정부는 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월세 특별지원 사업 예산을 2025년 777억 원에서 2026년 1,300억 원으로 늘려 지원 인원을 약 6만 명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혁서(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추진된 해당 사업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존재했다”며 “당초 한시적 사업으로 계획됐지만 연장 운용, 예산 확대 등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대다수의 청년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황운하(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시행된 2022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월세 특별지원 사업 지원자는 약 49만 5,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월세를 지원받은 청년은 16만 4,000명으로, 실지급률은 약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3년에는 월세 특별지원 사업 예산 442억 원 중 212억 원이 불용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예산의 47.96%에 달하는 규모에 해당한다.
이에 해당 사업이 청년의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청년가구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여야 한다. 이는 2025년 기준 약 월 143만 원 미만으로, 하루 8시간씩 주 5일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다. 때문에 청년 대다수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지자체별로 실시하는 월세 지원사업과 차별화를 위해 중위소득 기준이 적용되지만, 월세 특별지원 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더욱 낮은 소득기준이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원가구의 소득·재산 수준까지 심사 과정에서 고려하는 탓에 청년의 실질적 자립 상황도 반영되지 않는다. 서울특별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청년월세 지원 사업은 원가구의 소득·재산 상황을 심사하지 않는다. 독립 거주 청년이라는 신청 조건이 명확히 명시돼 있음에도 원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고려하는 부분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원가구 소득과 재산 기준 심사는 청년을 여전히 부모 부양을 전제로 한 가족 단위의 틀 안에서 바라본 결과”라며 “이는 부모 지원이 없거나 관계가 단절된 청년의 자립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청 과정에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양이 많고 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신청 자체에 접근이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청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청년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월세지원 신청서 ▲소득·재산 신고서 ▲임대차계약서 ▲월세 이체 증빙 서류 ▲본인·부·모 기준 가족관계증명서 등 9개에 달한다. 다른 조건에 해당되면 제출 서류는 늘어난다. 심사 절차도 약 45일간 5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당장 월세 납부가 밀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은 즉각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윤성진(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의 입장에서 절차를 간소화해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 재원이 쓰이는 사업인 만큼 심사 절차가 복잡한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액 지원 방식이 지역·주택 유형마다 다른 주거비 편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한다. 지역마다 주거비의 차이가 있음에도 각 청년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현재 전국 주거비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같은 20만 원이더라도 어떤 곳에선 충분하고 다른 곳에선 턱없이 부족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청년의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한 조건 수립의 원인으로 청년의 수요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 주거실태조사’ 등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예산 총액이 먼저 확정된 후 지원 기준을 설계하는 형식의 사업 구조를 갖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한다는 견해다. 김지선(성북주거복지센터 이주지원팀) 팀장은 “청년층 수요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미리 정해진 예산에 맞춰 기준을 세우다 보니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서류 제출과 심사 과정 복잡함의 원인으로 행정 처리 절차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꼽힌다. 현재 월세 특별지원 사업은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나뉘는데, 두 방식 모두 9개의 서류를 떼기 위해 주민센터 등의 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서의 경우 계약서 사본을 임대인이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확정일자 날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렇듯 행정절차가 과하게 분화돼 청년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다. 윤 부연구위원은 “부정수급의 우려도 존재해 심사 절차가 복잡해졌으나 청년의 입장에서는 간소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이 주거비 편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는 지원 금액 산정에 대한 고려 부족에 기인한다. 여러 지자체가 월 20만 원 정액 지원을 운영해 온 관행을 중앙정부가 저소득 청년의 실제 부담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견해다. 윤 부연구위원은 “20만 원은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등 타 지자체의 월세 지원 사업에서 책정했던 금액을 그대로 차용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의 실질적인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청년의 실제 생활과 가족관계 등을 반영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책 시행 전 ‘주거실태조사’ 등의 통계 자료를 통한 정량 분석은 존재했다. 그러나 청년의 실태를 반영한 질적 수요 조사가 부족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선이다. 김 교수는 “대학생, 취준생, 비정규직 등 청년 유형에 따른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당국은 예산과 수급률 변동을 예측하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까다로운 심사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위소득 기준을 현실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등 각 지자체의 청년월세 지원사업과 유사하게 청년가구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150% 이하 등으로 낮추는 형태다. 김 팀장은 “2년이라는 짧은 수혜 기간을 고려하면 청년가구 중위소득 기준을 완화해 수혜 가능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가구의 소득·재산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을 삭제함으로써 청년의 독립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년을 원가구에 종속돼 있지 않은 독립된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정부는 청년을 원가구의 부양 대상이 아닌 원칙적으로 독립 가구로 인정해야 한다”며 “동시에 가족 갈등·관계 단절 청년을 위한 별도 특례 채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신청 절차의 복잡성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 통합 절차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두된다. 기존 정부24 홈페이지 등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지자체로 자동 연동돼 서류를 점검한다면 심사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복지제도 전반이 온라인 행정정보 연계를 통해 서류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며 “행정정보 전산 연계 확대를 통해 절차를 간소화해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 등 실질 부담 지표를 고려해 지역·유형별 편차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를 위해 아일랜드의 임대료 보조 제도인 ‘HAP(Housing Assistance Payment)’와 유사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지역별 임대료 수준을 고려해 차등 지원을 실시하며, 임대료 보조와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방식이 도입된다면 지역별 임대료 격차가 큰 국내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팀장은 “RIR 등의 지표를 활용해 거주 상황을 반영한다면 청년에게 보다 직접적인 이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충분히 시도해 볼만하다”고 전했다.
결국 월세 특별지원 사업 전반에 걸친 개편과 조건 완화를 통해 실질적인 사업 수혜자 수, 즉 실지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박 교수는 “한시로 운영됐던 사업인 만큼 모순점과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사업이 상시화됨에 따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가점유비율 : 일반가구 중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의 비율
김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