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낯선 길 위에서 마주친 (한성대신문, 617호)

    • 입력 2025-12-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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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12-08 00:02

군대 전역 후 의미 있는 활동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캠퍼스 곳곳에 붙은 한성대신문사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소식을 접해보고 싶어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입사 후 마주한 취재의 현장은 겉으로 드러난 갈등보다 훨씬 복잡했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들 속에도 보이지 않는 맥락이 켜켜이 숨어 있었다. 어떤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할수록 한 장면처럼 보였던 사건은 점차 더 넓은 배경을 가진 이야기로 다가왔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도 그만큼 확장됐다.

특히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기사는 ‘탈가정 청년’을 다룬 기획 기사다. 이전에 필자는 이들을 막연히 가출 청년으로 생각했지만 취재를 통해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이들은 폭력과 방임 속에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주거, 생계, 학업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사회는 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 일쑤였다.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그들의 삶이 단지 ‘가출’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소되지 않도록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 이후의 무게를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경험은 자연스레 더 큰 물음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왜 사회 문제에 시선을 두어야 할까.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자기 삶에 몰두해 시야가 좁아지고 세상을 나와 타인의 문제로 쉽게 가르는 게 익숙해진다. 나와 직접 닿지 않는 일이라 여겨지면 선을 긋고 외면하기 쉽다.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기 위한 비판적 시선조차 번거로운 수고로 느껴진다. 그렇게 밀려난 문제는 어둠 속에 방치된다. 하지만 작은 눈송이가 쌓여 대지의 풍경을 바꾸듯 여러 사람의 관심이 모일 때 비로소 문제는 빛을 받고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며 변화의 첫 흐름을 만들 수 있다.

필자는 한성대신문사 기자직 퇴임을 앞두고 있다. 기자라는 이름은 내려놓더라도 세상의 균열을 포착하는 시야만큼은 잃지 않으려 한다. 학보사에서 세상에 질문하는 법을 배웠으니 말이다. 작은 관심 하나가 변화를 향한 첫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만큼 더욱 깊고 더 오래 사회 문제를 응시하겠다는 다짐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

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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