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세 번째 사과가 사라지는 순간 (한성대신문, 627호)

    • 입력 2026-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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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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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바꾼 세계 3대 사과를 말할 때 사람들은 보통 아담과 이브, 아이작 뉴턴, 그리고 폴 세잔의 사과를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 목록이 조금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세 번째 사과가 폴 세잔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변화는 현대 사회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요즘 사회는 과학과 기술의 성과를 중심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새로운 기술과 빠른 혁신 그리고 생산성과 효율 같은 것들이 가장 큰 가치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인류를 바꾼 사과의 자리에도 예술가보다 기술 혁신가가 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정말 기술뿐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폴 세잔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들어본 적은 있을지라도 그가 무엇을 그렸는지, 어떤 화가였는지, 특히 사과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잔이 아담과 이브, 뉴턴과 함께 인류를 바꾼 사과로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사과를 많이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세잔은 미술계의 혁신을 일으켰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다.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나 공간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폴 세잔은 미술계의 전환점을 형성했다. 그의 사과는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형태와 구조, 시선을 새롭게 탐구한 결과였다. 결국 미술계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흥미로운 점은 세잔에게는 아담과 이브, 뉴턴, 스티브 잡스만큼 상징적인 사과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향력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를 바꾼 사과라는 개념은 상징성과 유명세가 아니라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폴 세잔이 남긴 변화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의 사과를 기억해야 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섯 번째 사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점점 더 기술이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욱 필요한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다.

이수언(사회과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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